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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중개사의 영화글쓰기

영화 윤희에게 설경, 여백의 미학

by savusi(사붓이) 2025. 7.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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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에게>(2019.임대형)는 편지, 여행, 침묵 속 감정, 퀴어의 기억이라는 키워드로 잔잔하게 흐르는 작품입니다. 한국과 일본, 어머니와 딸, 과거와 현재가 한 겨울의 설경 속에서 마주합니다. 하얀 여백의 미학이 돋보이는 영화입니다.

 

 

 

 

이유야 어찌됐든 엄마랑, 아빠가 새봄이에게 잘못한거지 뭐

엄마와 아빠가 이혼하여 엄마랑 살고 있는 새봄이는 엄마에게 온 편지를 보게되고 엄마에 대해 궁금해집니다. 이 편지는 일본 오타루에서 쥰이 써놓고 부치지 못하는 편지를 쥰의 고모가 우체통에 넣게 되고, 그 편지를 새봄이가 보면서 엄마의 앨범을 들춰보게 됩니다. 편지의 내용 오을 오타루의 설경의 묘지, 쥰의 아빠 장례식 장면에서 차분하게 읽어나갑니다. 장면과 장면 사이에 쥰이 읽는 편지 내용 내레이션이 과거와 현재를 이어줍니다. <교토에서 온 편지>가 엄마의 엄마에게서 온 편지의 행적을 따라 시퀀스를 연결하는 플롯이라면, <윤희에게>는 안부를 묻는 편지를 읽는 내레이션으로 이를 연결하는 영화입니다. 

남편이 아직도 영양제를 사들고 집앞에서 기다리는 장면과 툴툴거리며 뾰족하게 구는 딸이 엄마에 대해 궁금해 하는 장면은 윤희가 왜 이혼을 했는지 궁금하게 됩니다. 영화는 윤희의 집과 훗카이도 오타루의 겨울 장면을 교차하면서 이 궁금증을 풀기 시작합니다. 

 

"어제 네 꿈을 꾸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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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lt=&quot;오타루 우체국 앞을 걷는 사람, 눈 내린 겨울 거리&qu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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쥰이 윤희에게 써 놓은 편지를 부치게 되는 고모

 

 

겨울인데 왜 눈이 안오냐, 엄마 해외여행 갈까? 

윤희는 학교 급식소에서 일하는 조리원입니다. 딸과의 여행을 위해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음에도 감행을 합니다. 조리원으로 10여년을 일했던 경험으로 무척 공감되는 장면이었습니다. <교토에서 온 편지>의 엄마도 조리원으로 일했고, 윤희도 같은 직업입니다. 배우 김희애의 조리원 복장을 보면서 역시 옷이 날개야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연기를 잘 하셔서 그런지 몰라도 조리원의 캡을 쓴 배우와 영양사 역활의 배우와 실제 상황처럼 느껴졌습니다. 윤희가 조리원으로 일하게 된 배경에는 사진관을 하는 오빠와의 후반 장면에서 나누는 이야기를 통해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윤희는 여행에서 찍은 사진을 인화하면서 증명사진을 촬영합니다. 오빠가 증명사진은 왜 찍냐고 물으며 일자리를 알아봐주냐고 합니다. 윤희는 새봄이와 떠날거라고 하니 오빠는 무슨 바람이 또 들어서 그러냐며 화를 냅니다. 윤희는 차분하게 오빠도 행복하게 살라고 독백처럼 말합니다. 이 사진관의 시퀀스는 윤희의 과거 상처를 덤덤히 수묵화처럼 그렸습니다. 

조리원이 하는 일은 10년을 겪은 경험에 의하면 사회에서 열등한 위치에서 고된 노동입니다. 만약, 다른 일을 할 능력이나 경제적 여건이 있다면 절대 하고 싶지 않은 일입니다. 자신을 속여서라도 이 일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었지만 늘 주저앉게 된 까닭은 주변 동료들과의 마찰때문이었습니다. 제가 보는 독립영화의 엄마들의 직업으로 자주 등장하는 조리원의 모습을 보면 측은해지는 내면이 투영되어 고개를 돌리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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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lt=&quot;식당 안에서 바라본 창밖의 겨울 풍경과 조리원, 영양사의 뒷모습&qu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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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사에게 휴일을 요청하는 윤희

 

눈이 언제까지 내리려나 

오타루에 여행 온 엄마와 딸은 서로 다른 속내를 가지고 왔습니다. 엄마는 딸의 졸업 여행으로, 딸은 엄마의 편지 주인공과의 만남을 위해 왔습니다. 엄마는 카메라를 갖게 된 이야기를 툭 던지듯 말합니다.

 

"할아버지가 삼촌만 대학 보내고 엄마는 안 보내줘서 불쌍하다고 할머니가 사주신거야"  

"엄마가 대학 못간 대신 받은거야"

 

윤희에게 딸과의 오붓한 여행은 과거와 미래가 함께 합니다. 윤희의 친구 쥰과의 과거 이별과 딸 새봄의 친구 경수와의 만남입니다. 윤희는 쥰에게 부치지 못하는 답장을 씁니다. 새봄이가 더 배울게 없다고 할때까지 배우게 할 것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편지를 부칠 수 있는 용기를 내고 싶다고 합니다. 언젠가 쥰의 얘기를 딸한테 할 수 있으면 한다고 합니다.

 

추신:

"나도 네 꿈을 꿔"

 

&lt;img src=&quot;겨울산책.webp&quot; alt=&quot;겨울 눈길에서 사진을 보는 여성&quot; width=&quot;1600&quot;&gt;
인물 사진을 찍지 않던 새봄이가 엄마를 사진으로 담는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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