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전체 글58 모성의 부재와 부채 모티브로 읽는 영화 <사도> 뒤주의 어둠이 비워 둔 칸은 모성이다. 그 빈칸에서 영조의 강박은 규범이 되고, 사도의 광증은 일탈로 명명된다. 정조는 그 상흔을 의례로 조직한다. 회갑, 부채, 춤—상실이 형식을 얻는 순간. 이 글은 그 빈칸이 어떻게 세대와 제도를 관통해 비극의 문법이 되는지를, 장면의 이미지와 구조의 언어로 함께 더듬어본다. 임오화변을 정면으로 응시하는 이 영화는, 부자의 오해가 아니라 제도의 결핍을 말합니다. 치밀한 고증은 사실의 외곽을 세우고, 그 안에서 영조의 강박과 사도의 불안은 ‘모성의 부재’라는 빈자리를 따라 증식하지요. 정조의 승화 역시 그 빈자리의 다른 이름입니다. 우리는 권력의 기록을 보면서 동시에 삭제된 사랑의 자리를 보게 됩니다.첫 날 영화의 오프닝은 인물보다 소리가 먼저 도착합니다. 북과 꽹과리.. 2025. 9. 25. 자기반영성 영화<트루먼 쇼> 아니마가 이끄는 자각의 여정 〈트루먼 쇼〉를 처음 보았을 때, 가장 크게 다가온 것은 “내 삶은 진짜인가”라는 질문이었습니다. 평범한 일상처럼 보이지만, 어쩌면 누군가의 시선 속에서 미리 짜여진 각본을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은근히 스며들었습니다. 영화는 단순히 한 남자의 이야기를 넘어, 우리 시대의 현실과 환상, 자유와 통제의 문제를 정면으로 드러냅니다.트루먼의 세계는 거대한 세트장 안에 갇혀 있습니다. 하지만 그가 품는 작은 의심과 갈망은, 우리 또한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느끼는 ‘내가 선택한 삶인가’라는 물음을 환기시킵니다. 시뮬라크르와 현실의 경계, 자유의지와 결정론의 긴장은 철학적 사유로 이어지고, 결국 이 작품은 개인이 어떻게 자기 삶의 진실에 도달하는가를 묻는 실존적 드라마로 다가옵니다. 영화 정보제목.. 2025. 9. 16. 영화<경주>의 사운드와 불교적 공(空): 여섯 사운드 구분의 전복을 통한 자기반영적 체험 영화 를 보던 어느 순간, 소리에 사로잡혔습니다. 카메라는 고정된 채 인물은 프레임 밖으로 사라지는데, 그들의 대사는 선명하게 들려옵니다. 빈 화면과 또렷한 목소리 사이의 어긋남은, 보이지 않음 속에서 오히려 존재가 더욱 두드러지는 역설처럼 느껴졌습니다. 색즉시공, 공즉시색.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있는 것과 없는 것이 서로를 비추는 순간이었습니다.하지만 이 체험을 글로 표현하려니 막막했습니다. 감각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카메라 밖에서 들리는 이 소리는 무엇일까?” 그 작은 물음은 오프스크린이라는 영화 사운드를 경험하는 길로 이끌었습니다. 사운드의 구분은 관객이 어떻게 이야기를 듣고, 어떤 감정을 받아들이며, 어떤 깨달음을 체험하는지를 보여주는 열쇠였습니다.이 글은 그 체험의 기.. 2025. 9. 10. 타인의 시선과 자의식 과잉 성장영화 원더 (스티븐 크보스키.2017)는 원작 소설이 있습니다. RJ. 팔라시오의 [Wonder](2012) 어기 풀먼의 시선을 비롯해 가족, 친구, 주변 인물들의 시점이 번갈아 가며 이야기를 전개합니다. 각 인물이 어기와 마주하며 변화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다중 시점 서사가 큰 매력입니다. 팔라시오 작가가 이 소설을 쓰게 된 계기가 참 인상 깊습니다. 작가가 아이스크림 가게 앞에서 희귀한 얼굴 기형을 가진 아이와 마주친 적이 있었는데 그 순간 자신의 아이들이 놀라서 반응하는 모습을 보고 깊이 부끄러움을 느꼈다고 합니다. 그 경험이 씨앗이 되어 겉모습이 아닌 마음을 보는 이야기 [원더]가 탄생했습니다. 이 원작은 미국에서 출간 직후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전 세계적으로 번역되었으며 교과서나 학교 권장 도서로도 널리.. 2025. 8. 15. 노벨상의 천재 수학자 존내쉬의 '뷰티플 마인드' (론 하워드.2001)는 존 내쉬가 생전에 직접 본 자신의 전기 영화였습니다. 그는 "영화가 내 삶을 완벽하게 재현한 건 아니지만, 나와 내 가족의 이야기를 잘 전달했다"고 말했습니다. 영화 는 2001년 말에 개봉했고, 존 내쉬는 그보다 훨씬 나중인 2015년 5월에 교통사고로 부인과 함께 사망했습니다. 존 내쉬는 영화의 제작과 개봉 과정을 다 알고 있었고 심지어 영화 개봉 후에 더 많은 대중적 관심과 강연 요청을 받았습니다. 러셀 크로우가 존 내쉬역을 연기했고, 부인 엘리샤의 제니퍼 코넬리의 연기했습니다.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등 4관왕의 수상을 한 영화입니다. 영화는 수학 천재로서 젊은 시절부터 독창적인 게임이론을 발전시킨 존 내쉬가 정신분열증(조현병) 진단을 받고 환각과 망상 속에서 살아가.. 2025. 8. 14. 이전 1 2 3 4 5 ··· 12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