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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세계의 주인 - 2025년 최고의 마음 치유 영화

by 사붓이/savusi 2025. 12.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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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가은 감독의 <세계의 주인>은 가해자와 가해 장면이 등장하지 않는 영화입니다. 상처를 입은 주인이와 가족이 감내하는 고통을 담담히 그려 냅니다. 주인이와 연대하는 공동체와 연결을 통해 서로를 응원하게 되는 올 한해 영화 세계의 선물입니다. 

영화 정보 

제목: 세계의 주인

제작연도: 2025년

국가: 대한민국

러닝타임: 약 95분

언어: 한국어

장르 & 분위기:
드라마.

감독 정보

  • 출생 : 1982년 2월 15일, 서울특별시, 대한민국.
  • 학력 : 서강대학교 사학과 졸업 →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예술전문사 졸업.
  • 활동기간 : 2009년 단편영화부터 활동 시작.
  • 대표작 :
  • 단편 : 〈사루비아의 맛〉(2009)
  • 〈손님〉(2011)
  • 장편 데뷔작 : 〈우리들〉(2016)
  • 이후작 : 〈우리집〉(2019)
  • 최신작 : 〈세계의 주인〉(2025)

영화적 특징 및 연출 경향

  • 아이/청소년 인물을 중심에 두고 일상적 세계의 내밀한 감정과 관계망을 섬세하게 그려냄.
  • “단순해 보이지만 복잡한 세계를 살아가는 마음”을 표현해내는 감독으로 평가됨.
  • 어린이·청소년 배우와의 작업에서 실제 경험과 감정을 잘 끌어내려는 방식으로 연출을 설계함.
  • 최근작에서는 보다 도전적 형식과 주제에 나아가고 있음 : 예컨대 ‘일상 속 폭력과 생존’ 등.

감독으로서 맺어낸 수상 및 평가

  • 예컨대 단편 〈손님〉이 제34회 클레르몽페랑 국제단편영화제에서 국제경쟁부문 대상을 수상.
  • 장편 〈우리들〉 이후 “한국의 고레에다 히로카즈”라고 불릴 만큼 주목받음.

줄거리 

<세계의 주인>은 고등학교 2학년 학생 주인이의 일상을 따라가는 영화입니다. 주인이는 반장이며 친구들 사이에서 잘 어울리는 인물로 보입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만 보면 특별한 문제 없이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학생입니다.

그러나 영화는 주인이의 표정과 말투, 미묘하게 늦는 반응과 순간적인 침묵을 통해 내면에 설명되지 않은 균열이 있음을 조용히 드러냅니다. 영화는 어떤 사건이 있었는지를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습니다. 가해자의 얼굴도, 폭력의 장면도 보여주지 않습니다.

관객은 주인이가 학교와 집, 일상의 공간을 오가며 몸으로 감내하고 있는 감정의 무게를 따라가게 됩니다.
사소한 대화 속에서, 관계의 미묘한 어긋남 속에서, 혼자 남겨진 시간 속에서 주인이의 세계는 조금씩 흔들립니다.

이 영화에서 중요한 것은 과거에 무엇이 일어났는가가 아니라 그 이후의 시간을 어떻게 살아내고 있는가입니다. 주인이에게 세계는 여전히 진행 중이며, 앞으로 살아가야 할 날들이 더 많이 남아 있습니다.

〈세계의 주인〉은 상처를 극복하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다만 고통을 안은 채 오늘을 살아내고, 다시 내일로 나아가야 하는 한 사람의 시간을 끝까지 지켜봅니다. 침묵 속에 머물러 있던 진실이 어떻게 한 사람의 삶 전체를 흔들 수 있는지를 보여주며, 동시에 그 삶이 멈추지 않고 계속 이어진다는 사실을 보여합니다.

감상 포인트

영화의 가장 인상적인 지점은 가해자를 보여주지 않는 선택입니다.
영화는 사건을 설명하지 않고, 분노를 자극하지도 않습니다. 대신 관객의 시선을 한 사람의 현재에 묶어둡니다.
이 선택은 폭력을 소비하지 않겠다는 윤가은 감독의 단단한 윤리처럼 느껴집니다. 이 영화는 ‘극복’의 서사를 거부합니다. 주인이는 단번에 회복하지 않고, 눈에 띄게 강해지지도 않습니다. 상처를 안은 채 살아가는 몸의 리듬을 보여줍니다.
수업을 듣고, 친구와 웃고, 어느 순간 말이 막히고,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지는 모습들. 이 모든 장면은 고통이 일상 속에 어떻게 스며드는지를 보여줍니다. 

또 하나 중요한 감상 포인트는 주인이의 시간이 앞으로 열려 있다는 사실입니다. 영화는 결말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지 않습니다.
이 아이는 앞으로도 살아가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 시간이 결코 쉽지 않으리라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앞날을 응원하게 만드는 힘이 이 영화에는 있습니다.

〈세계의 주인〉은 한 사람의 삶을 존중하는 태도를 묻습니다. 그래서 이 영화는 보고 나서 눈물보다 먼저 조심스러운 다짐을 남깁니다. 이 아이의 세계가 앞으로 조금이라도 덜 아프기를,  말할 수 있는 자리가 끝내 생기기를.

이 영화는 상처를 말하게 만드는 영화라기보다 상처를 가진 채 살아가는 사람을 끝까지 곁에서 바라보게 만드는 영화입니다. 조용하지만 오래 남고, 감동은 깊게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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