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ENM과 영화산업의 새로운 리듬

한때 우리는 영화가 인간의 고유한 영역이라 믿었습니다. 상상력과 감성, 기억과 경험이 한데 모여 빚어낸 서사의 세계는 오직 사람만이 건넬 수 있는 언어처럼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금, 그 믿음은 조심스럽게 흔들리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이 기획 단계부터 시나리오 작성, 영상 편집과 자막, 더빙에 이르기까지 영화의 전 과정에 참여하는 시대가 열린 것입니다.

 

CJ ENM이 최근 AI를 콘텐츠 제작 전반에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는 소식은 단순한 기술 뉴스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그것은 콘텐츠 산업의 생존 전략이자, 새로운 창작 지형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입니다. 우리는 지금, 창작자와 기술이 협업하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변화는 영화가 단지 스크린 위에서만 존재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 이야기를 만드는 방식 자체가 변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그렇다고 해서 인간의 자리는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인간은 기계와 나란히 걸으며, 감정과 통찰을 통해 창작의 본질을 다시 묻고 있습니다. CJ ENM의 변화는 산업적인 측면을 넘어, 영화라는 예술이 기술과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로 남을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질문하게 됩니다. 이 새로운 창작의 동행 속에서 영화는 어떻게 달라지고 있으며, 인간은 어떤 방식으로 그 중심을 지켜낼 수 있을까요.

 

 

 

 

 

CJ ENM의  AI 활용 구체 사례와 콘텐츠 생태계의 구조 변화

CJ ENM은 지금, 영화와 드라마, 예능을 만드는 모든 과정에 인공지능을 끌어들이고 있습니다. 처음엔 다소 놀라웠습니다. 기획부터 시나리오, 영상 편집, 자막과 더빙까지 인공지능이 개입하지 않는 곳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창작의 전 단계가 재편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감독과 작가, 프로듀서의 감각만으로 이야기를 꾸리는 시대가 아닙니다. AI는 흥행 공식의 패턴을 분석하고, 장르별 수요를 예측하며, 심지어 어떤 장면이 감정적으로 가장 큰 반응을 끌어내는지까지 예측합니다. 이 모든 데이터는 영화 한 편의 밑그림이 되고, 인간은 그 위에 정서와 숨결을 덧칠합니다.

가상 세트와 영상 합성, 딥러닝 기반의 자동 편집 기술은 촬영의 시간을 단축시키고, 제작비를 줄이며, 더 많은 이야기를 시도할 수 있게 합니다. 이제는 캐릭터의 얼굴조차 AI가 빚어낼 수 있고, 언어를 넘는 더빙과 자막도 기계가 맡습니다. 가상 세트와 영상 합성, 딥러닝 기반의 자동 편집 기술은 촬영의 시간을 단축시키고, 제작비를 줄이며, 더 많은 이야기를 시도할 수 있게 합니다. 이제는 캐릭터의 얼굴조차 AI가 빚어낼 수 있고, 언어를 넘는 더빙과 자막도 기계가 맡습니다.

이것은 기술의 진보라기보다, 하나의 세계가 바뀌고 있다는 징후처럼 느껴졌습니다. 감각으로 짓던 영화의 뼈대가 데이터로 설계되고, 경험으로 쓰던 시나리오가 알고리즘 위에서 움직이는 세계. 물론 그 중심엔 여전히 사람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사람은 더 이상 단독 창작자가 아닌, 거대한 시스템과 호흡을 맞추는 조율자로 자리하고 있는 듯했습니다.

AI는 영화 제작을 더 빠르고 정교하게 만들고 있지만, 그 안에서 인간은 점점 새로운 질문을 마주하게 됩니다. 기술이 대신할 수 없는 창작이란 무엇인가. 감정은 어떻게 데이터화될 수 있는가. 그리고 이 모든 변화 속에서 나는 어떤 이야기를 쓸 수 있을까. CJ ENM의 AI 도입은 이 거대한 질문의 서막을 여는 이야기였습니다.

 

CJ ENM의 대표작품 

  항목           내용

설립 연도	CJ ENM은 2018년, 방송·미디어 부문인 CJ E&M과 홈쇼핑 부문인 CJ오쇼핑이 합병하며 출범하였습니다.
이름 유래	'CJ ENM'이라는 이름은 Entertainment(엔터테인먼트)와 Commerce(커머스)의 앞 글자를 따서 만들어졌습니다.
주요 분야	영화, 드라마, 예능, 음악, 공연, 애니메이션, 커머스 등 다양한 콘텐츠를 기획·제작·유통하는 종합 콘텐츠 기업입니다.
대표 작품	《기생충》, 《명량》, 《해운대》 같은 흥행 영화부터 《응답하라》 시리즈, 《미스터 션샤인》, 《슬기로운 의사생활》 등의 드라마, 《윤식당》과 《쇼미더머니》 등 인기 예능까지 폭넓은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활동	Mnet을 중심으로 K-POP 관련 콘텐츠와 글로벌 오디션 프로그램을 활발히 제작하며 해외 시장에서도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최근 전략	OTT 플랫폼 ‘티빙(TVING)’을 중심으로 한 스트리밍 시장 확장을 추진하고 있으며, AI와 메타버스, 버추얼 휴먼 등 최신 기술을 콘텐츠 제작 전반에 접목하고 있습니다.

 

 

 

 

CJ ENM은 AI 기반의 스크립트 자동 생성 기술을 도입해, 장르별 흥행 구조와 트렌드 분석 데이터를 바탕으로 시나리오의 골격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히트작 데이터를 학습한 알고리즘이 특정 장르에서 선호되는 플롯이나 캐릭터 성향을 구조화하고, 초안 단계에서부터 인간 작가와 협업하는 방식입니다. 실제로 드라마 예능 부문에서는 AI가 초벌 대본을 생성하고, 작가가 이를 수정하고 다듬는 형태로 창작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제작 현장에서는 가상 프로덕션과 영상 합성 기술이 도입되어, 물리적 공간을 만들지 않고도 장면을 연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는 특히 시간과 장소에 제약이 있는 대작 장면에서 제작비와 인력 자원을 크게 절감하는 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또한 딥러닝 기반의 자동 편집 시스템은 반복 컷 분류, 카메라 무빙 분석 등을 수행하여 후반 작업의 속도를 단축시킵니다.

유통 단계에서는 AI 기반의 자막 번역과 다국어 더빙 기술이 활용되고 있으며, 글로벌 시청자의 언어와 감정 반응 데이터를 실시간 분석해 콘텐츠 추천 알고리즘을 조정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OTT 티빙에서는 시청자 감정 흐름 데이터를 기반으로 맞춤형 콘텐츠 큐레이션을 실험 중인데, 이는 기존의 장르 분류 중심 추천을 넘어서 감성 기반 소비를 겨냥한 기술적 전환입니다.

 

영화라는 예술이 어디까지 AI와 함께 할 수 있을지

 

영화를 구성하는 것은 단지 줄거리나 장르, 인물의 설정만이 아닙니다. 장면 사이의 침묵, 시선의 여백, 감정이 미처 말로 다 전해지지 못하는 그 흐릿한 틈. 이 모든 것이 영화가 영화다움을 얻는 순간이며, 기계는 아직 그 결을 완벽히 이해하지 못합니다.

CJ ENM이 AI를 도입하며 추구하는 것은 효율성과 예측 가능성입니다. 데이터는 트렌드를 읽고, 알고리즘은 흥행의 공식을 짜줍니다. 하지만 이야기의 숨결은 여전히 인간의 몫입니다. 어떤 대사가 침묵보다 더 많은 의미를 담는지, 어느 장면에 슬픔이 스며드는지를 아는 건 수치가 아니라 직관이고, 감정입니다.

그렇다고 기술을 경계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이 시점에서 필요한 것은 ‘대체’가 아닌 ‘협업’이라는 태도입니다. 인간이 질문하고, 기계가 제안하며, 인간이 다시 그 흐름을 감정으로 채우는 것. 이 새로운 창작의 모델은, 마치 콘트라베이스의 저음 위에 피아노의 멜로디가 얹히듯 서로를 살려낼 수 있습니다.

감성은 우연에서 나옵니다. 흔들리는 카메라, 배우의 즉흥 연기, 촬영장의 빛 한 줄기가 만들어낸 우연성은, 통계로는 설명되지 않는 아름다움입니다. AI는 이 흐름을 정리해주고, 인간은 그 정리 위에 다시 혼란과 질문을 사유합니다.그 혼란 속에서 이야기는 다시 살아납니다.

CJ ENM의 행보는 바로 이 지점을 시험하고 있습니다. 사람과 기계가 함께 영화를 만든다는 것, 그것은 창작의 종말이 아니라 확장의 시작일지도 모릅니다. 인간은 감정을 다듬고, 기계는 구조를 조율하며, 우리는 서로를 거울 삼아 조금 더 먼 이야기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영화 이대로 사라지는가

CJ ENM의 전략이 왜 중요한가

 

요즘은 극장에서 영화를 본 날을 손에 꼽아야 할 정도입니다. 팬데믹 이후 관객 수는 회복되지 않았고, 대형 배급사들의 투자도 줄어들었으며, 새 영화보다 과거의 히트작을 재상영하는 경우가 더 흔해졌습니다. 콘텐츠의 생산 속도가 느려지고, 공급량도 줄어들었습니다. 영화관은 텅 비어가고, 제작사는 문을 닫거나 개편 중이며, 관객은 플랫폼 속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CJ ENM은 이런 위기의 정중앙에서 방향을 돌리고 있습니다. 콘텐츠를 덜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만들기 위해 기술을 도입한 것입니다. AI는 단순한 효율의 도구가 아니라, 위기 속에서 이야기를 계속 쓰기 위한 생존 장치이기도 합니다. 시나리오의 구조를 분석해 트렌드를 예측하고, 예능과 드라마의 초안을 빠르게 생성하며, 제작 주기를 단축하고 있습니다.

창고 콘텐츠는 점점 바닥나고, 예산은 줄어들며, 사람들의 관심은 분산됩니다. 이 와중에 AI는 정확히 필요한 장면을 빠르게 구성하고, 감정선의 흐름을 시뮬레이션하며, 장르에 따른 수요 예측까지 수행합니다. 물론 거기엔 인간의 손길이 반드시 덧대야 하지만, 최소한 콘텐츠가 사라지지 않게 붙들어주는 힘이 되고 있는 셈입니다.

하지만 이 흐름은 한편으로는 무언가를 잃어가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AI가 작업의 효율을 높일수록, 반복적이고 정형화된 작업들은 빠르게 자동화됩니다. 자막 작업자, 더빙 성우, 편집 보조, 조명 스태프들이 점차 현장에서 밀려나고 있습니다. 영화란 언제나 협업의 예술이었지만, 그 협업의 범주와 방식이 근본적으로 달라지고 있는 것입니다.

더 이상 영화는 극장에서만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제 그것은 플랫폼과 알고리즘,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기획되고 배포되는 복합적 구조물입니다. 극장은 특별한 경험의 장소로 남아 있을 뿐, 일상의 감상은 이미 모바일과 OTT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그래서 이제 영화는 ‘어떻게 보여질 것인가’보다, ‘어떻게 만들어질 것인가’가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CJ ENM은 이 시대적 변화를 가장 빠르게 받아들이며, 기술과 이야기를 병렬적으로 운용하는 시스템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그것은 단지 산업의 전략이 아니라,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영화를 계속 만들어갈 것인지, 그리고 어떤 이야기를 세상에 남기고 싶은지에 대한 대답이기도 합니다.

 

 

AI와 공존하는 콘텐츠의 미래 

 

영화는 언제나 사람의 이야기였습니다. 누군가의 고백이었고, 누군가의 기억이었고, 말로 다 할 수 없었던 감정의 파편이었습니다. 기술이 아무리 정교해지고, 알고리즘이 예측을 정답처럼 내놓는다 해도, 영화는 결국 그 틈새를 따라 흐르는 눈빛과 침묵의 온도로 완성됩니다.

AI는 이제 하나의 동료입니다. 반복과 분석, 구조화에 강한 친구이지요. 하지만 이 친구가 제시하는 흐름 위에 어떤 색을 입힐지, 어떤 장면에 숨을 불어넣을지는 여전히 사람의 몫입니다. CJ ENM이 AI를 도입하며 보여주는 행보는, 인간과 기계가 함께 이야기를 짓는 시대의 첫 걸음이며, 사라져가는 감각을 지키기 위한 몸부림이기도 합니다.

창작의 자리란 언제나 질문을 품고 있어야 하는 공간입니다. 왜 이 장면을 찍는가. 왜 이 대사를 말하는가. 왜 지금 이 이야기를 해야 하는가. 그 질문의 무늬는 데이터 속에선 발견되지 않습니다. 그것은 삶을 살아낸 사람만이 품을 수 있는 방식으로, 아주 천천히 축적되는 감정의 결입니다.

앞으로의 영화는 기계가 아닌 인간을 중심에 두고, 기계와 함께 확장되어야 할 것입니다. 감정은 대체되지 않을 것이고, 상상은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이 흐름 속에서 어느 방향을 바라볼 것인가입니다. 기술의 물결 위에서도 여전히 사람을 이야기하는 영화. 그것이 우리가 지켜야 할 다음의 영화일지도 모릅니다.

 

유발 하라리는 기술과 인간이 맺게 될 미래의 관계를 ‘넥서스’라는 개념으로 설명합니다. 그것은 더 이상 인간이 도구를 사용하는 시대가 아니라, 도구가 인간의 행동을 예측하고 조율하는 세계입니다. 하라리는 말합니다. "알고리즘이 나보다 나를 더 잘 안다면, 나는 무엇으로 존재하는가?" 이 질문은 단지 기술적 경고가 아니라, 창작의 본질을 향한 철학적 물음이기도 합니다.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누군가의 감정에 접속하는 일이자, 질문을 세상에 던지는 행위입니다. CJ ENM이 기술을 도입해 콘텐츠를 설계하고 유통하는 방식은 바로 이 넥서스의 현장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인간과 기계가 서로를 바라보며 조율하는 이 접점에서, 우리는 묻게 됩니다. 예술은 누구의 것인가, 이야기를 끝까지 완성하는 주체는 누구인가.

AI는 구조를 읽고, 인간은 숨결을 불어넣습니다. 하라리가 그린 미래는 무섭고도 매혹적이지만, 그 안에서도 인간은 여전히 물음을 멈추지 않는 존재로 남습니다. 그리고 그 물음이 바로, 영화가 존재하는 이유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