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스티븐 크보스키.2017)는 원작 소설이 있습니다. RJ. 팔라시오의 [Wonder](2012) 어기 풀먼의 시선을 비롯해 가족, 친구, 주변 인물들의 시점이 번갈아 가며 이야기를 전개합니다. 각 인물이 어기와 마주하며 변화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다중 시점 서사가 큰 매력입니다.
팔라시오 작가가 이 소설을 쓰게 된 계기가 참 인상 깊습니다. 작가가 아이스크림 가게 앞에서 희귀한 얼굴 기형을 가진 아이와 마주친 적이 있었는데 그 순간 자신의 아이들이 놀라서 반응하는 모습을 보고 깊이 부끄러움을 느꼈다고 합니다. 그 경험이 씨앗이 되어 겉모습이 아닌 마음을 보는 이야기 [원더]가 탄생했습니다. 이 원작은 미국에서 출간 직후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전 세계적으로 번역되었으며 교과서나 학교 권장 도서로도 널리 쓰입니다. 영화는 이 원작의 주요 사건과 인물 구성을 비교적 충실하게 따르면서, 영상적 유머와 따뜻한 분위기를 살렸습니다.
<원더>와 원작 소설 Wonder의 주요 차이점
1. 서사의 범위와 비중
- 원작: 총 8개 파트, 다양한 시점(어기 → 누나 비아 → 비아의 친구 미란다 → 어기의 친구 잭 → 여동생의 남자친구 저스틴 등)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 각 인물의 내면, 과거, 관계 변화가 깊게 묘사됩니다. - 영화: 주 시점은 어기와 비아, 그리고 일부 친구들로 축소했습니다. 미란다, 저스틴의 서사는 간략화하여 러닝타임 안에 담았고, 관객이 어기의 성장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조정했습니다.
2. 비아(누나)의 서사 비중
- 원작: 비아의 외로움과 성장, 부모의 관심이 동생에게 쏠린 상황에서의 감정이 훨씬 깊게 묘사됩니다. 연극 장면, 친구와의 관계 변화가 길게 다뤄집니다.
- 영화: 비아의 이야기는 여전히 중요한 축이지만, 어기의 여정이 주인공 자리를 확실히 차지합니다. 대신 영화는 비아의 감정을 짧고 강렬한 장면으로 압축하여 전달합니다.
3. 미란다와 저스틴의 시점
- 원작: 어기의 삶과 비아의 삶에 큰 영향을 준 인물로서, 그들의 시선과 내면 독백이 독립된 장(chapter)로 제공됩니다. 미란다는 비아와의 우정 회복, 저스틴은 비아를 지켜주는 따뜻한 연인으로 부각됩니다.
- 영화: 두 사람의 내면 시점은 생략되었고, 행동과 대사로만 캐릭터를 보여줍니다.
4. 학교 생활과 친구 관계
- 원작: 학교에서의 갈등과 화해 과정이 좀 더 장기적으로 그려집니다. 잭과의 오해, 줄리안의 괴롭힘, 여름이라는 친구의 등장과 변함없는 우정 등이 섬세하게 진행됩니다.
- 영화: 갈등–화해의 구조를 단순화해, 관객이 어기와 친구들이 가까워지는 과정을 빠르게 느낄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5. 감정의 표현 방식
- 원작: 다중 시점 덕분에 각 인물의 감정을 내면 독백으로 직접 전달합니다. 독자는 모든 인물의 마음을 세밀하게 알게 됩니다.
- 영화: 내레이션과 장면 연출, 배우들의 표정·움직임으로 감정을 보여줍니다. 특히 아이들의 눈빛과 침묵, 짧은 대사 속에 많은 것을 담았습니다.
6. 결말의 울림
- 원작: 졸업식에서 상을 받는 어기의 장면으로 마무리되지만, 그 과정에서 더 많은 인물들의 변화가 서술됩니다. 경외감과 뭉클함이 인물들의 시선에서 천천히 번집니다.
- 영화: 졸업식 장면이 클라이맥스이자 해피엔딩으로 단단히 봉합됩니다. 화면을 통해 관객이 즉각적인 감동과 눈물을 경험하게 하는 방식입니다.
💡 정리
- 원작: 인물들의 마음과 관계망을 깊이 탐구하는 다중 시점 심리 드라마
- 영화: 서사를 압축하고 감정선을 깔끔하게 정리한 따뜻한 성장 영화
- 차이점 덕분에 영화는 러닝타임 내에 경쾌함과 감동을 유지하면서도, 원작이 지닌 ‘경외감’의 뿌리를 잃지 않았습니다.
영화는 원작의 다중 시점을 성실하게 살려 촬영되었습니다. 특히 미란다의 플래시백은 원작의 장을 그대로 가져오진 않았지만, 그녀가 왜 비아와 멀어졌는지 함축적으로 보여주었습니다. 영화는 원작보다 인물 간 연결선을 줄이면서도 핵심 관계, 어기와 비아, 미란다, 잭윌을 단단하게 엮었고, 그게 플롯의 리듬을 간결하게 만들었습니다.
플롯 분석 관점에서 보면 <원더>는 다중 시점을 유지하되 서브 플롯을 필요한만큼 채택한 형태입니다. 러닝타임 내에 인물의 내면과 관계 변화를 모두 보여 주되, 감정이 산만해지지 않게 잡았습니다.
<원더>의 플롯은 태양계 은유
<원더>는 어기의 캐릭터와 상황을 시각적으로 압축하여 표현합니다. 어기의 외모와 수술 이력, 집에서 홈스쿨을 하다 처음 학교에 가게 되는 상황을 어기의 내레이션과 헬멧 장면으로 보여줍니다. 10살이 된 어기가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지는 성장 영화이면서, 자의식을 다루어 심리적으로 건강한 자존감의 뿌리를 태양계 행성에 은유를 하여 표현했습니다. 어기의 누나 비아의 내레이션으로 이 내용이 나오지만 구성방식이 어기의 성장을 중심으로 주변 행성의 성장까지도 함께 다룹니다. 감독은 중심 서사를 분명히 하면서도 주변 인물들이 단순 조연이 아니라 각자 하나의 작은 영화처럼 느껴지도록 구성했습니다. 이 구조는 어기의 성장만이 아니라 관계망 전체가 성숙해지는 걸 경험하게 됩니다.
이 플롯은 중심 태양의 성장 + 궤도를 도는 행성들의 작은 이야기가 조화를 이루는 구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원작의 다중 시점을 영화적으로 번역한 입체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 <원더>의 플롯 = 태양계 은유
- 태양(중심 서사)
- 어기의 성장 서사.
- 영화 전체의 빛과 온기를 발산하는 핵심 이야기.
- 모든 장면과 인물 서사는 이 중심에서 출발하거나, 이 중심으로 돌아옴.
- 행성들(주변 인물 서사)
- 비아: 가족 안에서의 외로움, 자기 자리 찾기
- 미란다: 잃었던 우정 회복과 비아·어기에 대한 그리움
- 잭 : 우정과 죄책감, 용기
- 각각이 독립된 궤도를 돌며 자신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음.
- 하지만 결국 모두 태양(어기)와의 관계로 연결.
- 플래시백 = 행성의 궤도 안에 숨겨진 ‘과거의 길’
- 행성이 왜 지금 이런 궤도를 돌게 되었는지를 보여주는 과거 장면.
- 관객은 현재의 위치(지금 인물의 행동)를 보다가, 플래시백을 통해 그 궤도 형성 과정을 이해함.
<원더>가 보여주는 어기의 성장은 자신감이 생기는 과정이 아니라, 그 자신감이 건강하게 자리 잡도록 주변 인물들이 조율해 주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어기의 성장은 두 축으로 이어집니다. 타인의 시선과 자의식 과잉에서 건강한 자존감이 뿌리내리는 성장입니다.
🎯 어기의 성장 2축
- 타인의 시선에 강해짐
- 어기가 학교에서 처음 겪는 건 타인의 ‘다른 시선’이죠.
- 줄리안의 놀림, 친구들의 호기심 섞인 시선이 그 예입니다.
- 영화는 잭 윌과 썸머의 우정을 통해, 어기가 점점 그 시선을 견디고 관계를 맺을 수 있게 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 줄리안의 부모의 태도에서 줄리안은 자신의 행동의 잘못을 사과하는 아이로 성장합니다.
- 자의식 과잉에서 벗어남
- 누나 비아의 대사는 여기에 결정적 역할을 합니다. 연극에 가지 않겠다는 엄마와 누나의 대화 속에서
- "괴물 동생이 창피해서 그렇지" 하는 어기에게 비아는
- “모든일이 너와 관계된 건 아니야”라는 메시지를, 가족의 사랑 속에서도 균형 있게 전달하죠.
- 이건 어기가 ‘나도 소중하지만, 다른 사람도 똑같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순간입니다.
- 반려견 데이지가 죽고, 아버지가 혼자 식탁에 앉아 울고 있을 때
- 비아의 이야기와 연결되어 자신의 외모때문에만 슬퍼하는 건 아니라는 것을 암시하며
- 슬퍼하는 아버지를 위로할 줄 아는 어기의 태도에서 성장을 보여줍니다.
🌞 주변 인물들의 성장과 역할
- 엄마와 아빠:
- 어기를 ‘세상의 중심’처럼 돌보는 태도는, 자존감의 토대가 됩니다.
- 초반에 학교에서 돌아온 어기가 계속 다니고 싶다고 하는 장면은, 앞으로 맞닥뜨릴 어려움을 견디게 하는 힘이죠.
- 누나 비아:
- 사랑하지만, 필요할 땐 어기의 거울 역할을 합니다.
- 자존감이 건강한 방향으로 유지되도록 ‘객관성’을 심어주는 존재입니다.
- 친구들(잭 윌, 썸머):
- 타인의 시선 속에서 지지를 주고, ‘나는 혼자가 아니다’는 경험을 제공.
💡 플롯 안에서의 의미
- <원더>의 플롯은 ‘태양계 은유’처럼, 중심 태양인 어기의 성장에 주변 인물들의 궤도와 변화가 필수적으로 얽혀 있습니다.
- 각 인물의 플래시백과 시퀀스는 단순히 조연 묘사가 아니라, 어기가 성장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요소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 결과적으로, 영화는 한 아이의 성장 = 관계망 전체의 성숙이라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 비아의 대사는 자의식 과잉을 자각하게 하고
- 아버지의 눈물은 타인의 고통에 대한 이해를 하는 건강한 자존감을 보여줍니다.
관계망 전체의 성숙, 어기가 상을 받는 의미
어기가 졸업식 때 받은 상은 '관대한 마음상'(Henry Ward Beecher Medal for Courage and Kindness)입니다. 이 상의 의미는 '헨리 워드 비처 메달'로서 미국 19세기 목사이자 사회개혁가 헨리 워드 비처의 이름을 딴 상입니다. 용기, 친절, 성품의 고결함을 기리는 상입니다. 해마다 졸업식에서 단 한 명만 받는 특별한 상으로 성정이나 성취가 아니라 인간적인 품성과 영향력을 기준으로 수여됩니다. 영화 속에서는 내면의 강인함으로 사람들에게 용기를 준 학생이라고 소개합니다. 바로 어기를 말하는 것이였습니다. 가족은 물론, 친구들 모두 환호하고 박수 갈채를 보냅니다.
어기에게 이 상이 주어진 이유는 타인의 시선을 견디고, 상처 속에서도 관계를 이어가며, 다른 사람의 마음을 바꾸는 힘을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어기가 장애를 극복한 아이가 아니라 함께하는 사람들을 변화시키는 존재라는 메시지를 완성합니다.
타인의 시선에 대해 좀 더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우리는 우리와 다른 소수의 사람들을 틀렸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런 현상을 '편향'적이라는 관점에서 많이 다룹니다.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우리 사회에서 흔히 보는 모습을 기준점으로 삼습니다. 이 기준에 맞지 않는 외모, 행동, 언어, 능력에서 차이가 있는 사람을 만나면 그 차이를 다름이 아니라 틀림으로 해석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심리적으로는 인지적 편향이 작동하는 건데, 낮선 것을 경계하려는 본능과 집단 속에서 소속감을 지키려는 욕구가 결합한 결과입니다.
우리가 속한 집단에서 다수의 특성이 곧 정상처럼 굳어집니다. <원더>의 사례를 보면 어기는 외모에서 드러나는 차이를 가지고 있고 학교에 들어가자마자 아이들의 호기심과 경계, 심지어 놀림을 받습니다. 줄리안 같은 인물은 그 차이를 틀림으로 간주하고 공격의 근거로 삼습니다. 영화는 중요한 전환을 보여줍니다. 어기는 달라질 수 없으니 보는 사람들의 시선을 바꾸어야 한다고 교장은 말합니다. 다름을 틀림으로 보는 시선은 소수자를 고립시키고, 자기 인식에도 상처를 줍니다. 이 시선이 바뀌려면 직접 경험과 관계가 필요합니다. 교류를 통해 다름이 자연스러운 다양성이라는 걸 몸으로 느낄 때 변화가 일어납니다.
<원더>가 보여주는 자의식 과잉은 심리학적으로 정교하게 풀 수 있는 문제입니다. 자기를 많이 의식한다가 아니라 자기에 대한 인식이 균형을 잃고 과도하게 확대되어 행동과 해석을 왜곡하는 상태입니다.
1. 자의식(Self-consciousness)의 기본
- 자의식은 크게 두 방향이 있습니다.
- 내적 자의식: 자신의 생각, 감정, 내면 상태에 집중
- 외적 자의식: 타인의 시선과 평가를 의식
- 적정 수준이면 자기 성찰과 사회적 적응에 도움이 되지만,
과잉이 되면 “모든 일의 중심에 내가 있다”는 해석이 강화됩니다.
2. 과잉 상태의 특징
- 내적 자의식 과잉
- 사소한 사건도 “나 때문일 거야”라고 과도하게 연결
- 타인의 행동을 나와 관련지어 해석 (과잉개인화, personalization)
- 예: 비아가 연극 얘기로 부모와 다투는 걸 ‘내가 괴물이라서 그런가’로 받아들이는 어기
- 외적 자의식 과잉
- 주변이 나를 어떻게 볼지에 대한 불안·경계가 지속
- 타인의 반응에 예민하게 반응, 자기방어적 태도 강화
3. 발달 심리학 관점에서의 원인
- 과잉 보호 환경:
- 어기는 부모의 전폭적인 사랑 속에서 자존감을 키웠지만,
늘 ‘가족의 중심’으로 받들어지는 경험이 자기중심성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었습니다.
- 어기는 부모의 전폭적인 사랑 속에서 자존감을 키웠지만,
- 사회 경험 부족:
- 홈스쿨로 시작해 타인과 장기간 관계 맺는 경험이 적다 보니,
새로운 환경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객관적으로 보기보다 ‘나 중심’으로 해석하게 됨.
- 홈스쿨로 시작해 타인과 장기간 관계 맺는 경험이 적다 보니,
4. <원더> 속 자의식 과잉의 전환점
- 비아의 직언: “세상일이 다 너와 관련된 건 아니야”
→ 자기 중심의 해석에 균열이 생김. - 아버지의 눈물: 데이지의 죽음을 통해, ‘내 일과 상관없는 타인의 고통’이 있다는 걸 경험.
- 이 두 사건이 어기의 내적·외적 자의식을 조율하여 건강한 자존감으로 변환.
5. 영화가 섬세한 이유
- 자의식 과잉을 비난하거나 극단적으로 묘사하지 않습니다.
- 대신 가족과 관계의 힘, 작은 사건들을 통해 자연스럽게 조율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 심리학적으로 보면, 어기의 변화는 자기중심성에서 상호주관성(inter-subjectivity)으로 옮겨가는 발달 단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원더 경외감
원더(Wonder)라는 단어는 영어에서 크게 두 가지의 의미를 가집니다. 첫번 째, 명사로서 경이. 놀라움. 감탄을 불러 일으키는 것 (예: 그래드캐니언은 자연의 경이입니다.) 두번 째, 동사로서 궁금해하다, 의아해하다, 생각하다.(예: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 궁금하다.) 입니다.
영화 제목으로 쓰인 원더는 보통 '경이로운 존재' 또는 '놀라움을 주는 사람'이라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이 영화에서는 주인공 '어기'가 외모와 장애로 인해 차별과 시선을 받으면서도 자신의 삶과 주변 사람들의 마음을 변화시키는 과정을 그리기 때문에 '원더'라는 단어가 '어기 자체가 주는 경이로움'과 그를 둘러싼 관계의 따뜻한 변화를 함축하는 뜻으로 쓰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뉘앙스를 조금 살펴보면, 원더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은 '경외감' 속에 따뜻함, 놀라움, 감탄, 호기심이 함께 들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경외감은 awe처럼 숭고하고 압도적인 대상 앞에서 느끼는 감정에 가깝고 wonder는 그 경외로움 속에 마음이 열리고, 호기심과 기쁨이 섞인 부드러운 결을 가집니다. 영화<원더>에서의 의미는 주인공 어기라는 존재와 그가 만들어내는 변화가 사람들에게 주는 경이롭고 따뜻한 감탄, 즉 경외감에 다정한 온기가 더해진 쪽이라 볼 수 있습니다.
이 영화는 눈물이 날 만큼 뭉클한 순간을 보여 주면서도, 억지로 감정을 짜내는 무게감은 없습니다. 그렇다고 가볍게 웃고 흘려보낼 수 있는 힐링 코미디의 선에서 멈추지도 않습니다. 그 비밀은 유머와 따뜻함이 슬픔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방식에 있습니다. 어기의 외모나 차별을 직면하는 장면에서 영화는 비극을 과도하게 강조하지 않습니다. 대신 그 순간을 사람 간의 관계와 이해가 자라나는 계기로 보여줍니다.
유머거 섞여 있어도 그 웃음이 결코 가볍게 끝나지 않습니다. 웃음이 지나간 자리에 남는 건 관계의 온기와 서로를 향한 존중입니다. 관객이 동정하거나 비극의 목격자로 남지 않도록 영화는 적당한 거리를 두고 그 거리 안에 공감과 따뜻함을 채웁니다.
영화 이론 플롯의 기본 개념
1. 플롯의 기본 개념
- 플롯(plot)은 이야기를 어떤 순서와 구조로 배치하느냐입니다.
- “무슨 사건이 일어났는가?”보다 “그 사건을 어떤 순서로 보여주느냐”가 핵심이에요.
- 예를 들어, 시간 순서대로 차근차근 보여줄 수도 있고, 현재–과거–현재를 오가며 보여줄 수도 있죠.
2. <원더>의 플롯 특징
<원더>는 현재 시점의 인물 서사를 중심에 두고,
그 인물이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플래시백(과거 회상 장면)으로 설명합니다.
- 현재 시점:
- 어기가 학교에 가서 친구를 사귀고, 갈등하고, 성장하는 과정
- 비아가 가족·친구 관계를 조율하며 자기 자리를 찾아가는 과정
- 플래시백(과거 장면):
- 어기의 헬멧 사연, 수술 경험
- 미란다가 왜 비아와 멀어졌는지
- 비아가 왜 연극에 열심히 참여하게 되었는지
→ 이런 장면들이 현재 행동의 이유를 ‘뒤늦게’ 밝혀줍니다.
3. 왜 이렇게 구성했나?
- 관객이 ‘현재’에서 인물의 모습을 보고 궁금증을 가지게 함.
- 궁금증이 커진 시점에 플래시백을 넣어 “아, 그래서 그랬구나” 하고 이해하게 함.
- 이렇게 하면 이야기가 단조롭지 않고, 감정이 쌓였다가 해소되는 흐름이 생깁니다.
💡 쉽게 말하면, <원더>의 플롯은 “현재–과거–현재”의 반복 구조입니다.
현재 이야기가 흐르다가, 과거 한 조각을 꺼내 보여주고, 다시 현재로 돌아옵니다.
이게 인물의 행동과 감정을 이해하게 만들고, 감동을 더 깊게 합니다.
플롯과 플래시백이 어떻게 다른건지
1. 플래시백은 “장면의 시간 이동”
- 플래시백은 과거로 가는 하나의 장치입니다.
- 인물이 지금 이렇게 행동하는 이유나 감정을 설명하려고, 잠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보여주는 기법이에요.
- 예: <원더>에서 어기가 헬멧을 쓰게 된 이유를 중간에 보여주는 장면 → 이건 “플래시백”입니다.
2. 플롯은 “이야기를 배열한 전체 구조”
- 플롯은 사건과 장면이 어떤 순서로, 어떤 연결 방식으로 배열되어 있는지를 말합니다.
- ‘현재 장면 → 과거 장면(플래시백) → 현재 장면’처럼, 시간 순서를 깨는 것도 플롯의 설계에 포함돼요.
- 즉, 플래시백은 플롯 속에 포함된 하나의 구성 방식입니다.
3. 비유로 이해하기
- 스토리(Story): 재료 자체. 모든 사건을 시간 순서대로 나열한 ‘원본’ 이야기.
- 플롯(Plot): 그 재료를 어떻게 요리하고 어떤 순서로 내놓을지 정한 레시피.
- 플래시백: 레시피 안에서 “이때 재료 하나를 과거에서 꺼내 써보자” 하는 조리법의 한 과정.
💡 결론:
- 플래시백 장면 ‘하나만’이 플롯이 되는 건 아니에요.
- 현재 장면과 플래시백 장면을 어떻게 연결·배치하느냐, 그리고 그 연결이 전체 이야기에 어떤 리듬과 효과를 주느냐—이걸 통틀어 플롯이라고 부르는 거예요.
예를 들면
1. 스토리(Story) = “재료 + 시간 순서”
- 밥을 짓는 전 과정을 시간대로 그냥 나열한 것
- 예:
- 쌀을 씻는다
- 물을 붓는다
- 불을 켠다
- 끓인다
- 밥이 된다
이건 그냥 ‘사건이 일어난 순서’를 그대로 보여준 거예요.
감정, 긴장감, 반전 같은 건 아직 없어요. 그냥 기록이에요.
2. 플롯(Plot) = “같은 재료를 요리하는 순서·방식·배치”
- 위의 재료를 어떤 순서로, 어떤 방식으로 보여줄지 결정하는 것
- 예:
- 영화 시작하자마자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솥 뚜껑이 열리는 장면(결과부터)
- → “이 밥을 누가, 왜 짓게 됐을까?”라는 궁금증을 주고
- → 과거로 돌아가 쌀 씻는 장면, 물 붓는 장면을 보여줌(플래시백)
- → 현재로 돌아와 식탁에서 밥을 먹는 장면으로 마무리
여기서 ‘결과부터 보여주고 → 원인을 설명 → 현재로 돌아옴’ 이 순서가 바로 플롯입니다.
💡 정리
- 스토리 = 사건의 ‘사실 순서’
- 플롯 = 그 사건을 ‘보여주는 순서와 방식’
- 플래시백은 플롯을 구성하는 하나의 방법일 뿐, 플롯 그 자체는 아니에요.
🍲 비유로 풀어보면
- 스토리:
- 시장에 간다 → 재료를 산다 → 집으로 온다 → 요리를 한다 → 완성된 고추장찌개를 먹는다
- 그냥 일어난 순서 그대로.
- 플롯:
- 완성된 고추장찌개를 먹는 장면으로 시작 (결과 먼저)
- → “이 맛있는 찌개는 어떻게 탄생했을까?” 궁금하게 만든 뒤
- → 플래시백: 시장에서 재료를 사는 장면, 손질하는 장면, 끓이는 장면
- → 다시 현재로 돌아와 다 같이 맛있게 먹으며 마무리.
- 이 ‘배치’가 감독의 선택, 즉 플롯입니다.
💡 중요한 점
- 플롯은 눈에 보이는 한 장면이 아니라, 장면들을 어떤 순서와 방식으로 엮었는가에 대한 설계도입니다.
- 그래서 화면 속에서 “플롯”이라는 단어가 직접 보이지는 않아요.
- 관객은 그냥 영화의 흐름을 따라가지만, 그 흐름을 만들기 위해 감독·작가가 미리 짜놓은 연결 구조가 바로 플롯입니다
📽 플롯의 본질
- 감독·연출의 의도:
같은 사건이라도 어떤 장면을 먼저 보여줄지, 무엇을 숨기고 나중에 드러낼지, 어떤 인물의 시점에서 볼지 모두 플롯의 영역입니다. - 관객 경험의 조율:
감정이 언제 고조되고 언제 풀릴지, 궁금증이 언제 생기고 어떻게 해소될지까지 미리 설계하는 거죠. - 이야기의 ‘형태’ 만들기:
시간 순서를 그대로 쓸 수도 있고, 뒤섞을 수도 있고, 평행 구조로 갈 수도 있어요.
💡 차이 정리
- 스토리: 사건의 실제 시간 순서 (뼈대)
- 플롯: 그 뼈대를 어떻게 잘라서, 어떤 순서와 시선으로, 어떤 타이밍에 보여줄지 결정한 것 (감독의 연출 의도)
그래서 영화 비평에서 “플롯 분석”을 한다는 건
감독이 왜 이 장면을 여기 배치했는지, 그로 인해 관객이 어떤 감정이나 해석을 하게 되는지를 읽어내는 작업이에요.
🎥 <멀홀랜드 드라이브>를 예로 보면
- **스토리(시간순)**로는 비교적 단순한 사건일 수 있어요.
- 그런데 데이비드 린치 감독은 그 사건을 시간순으로 보여주지 않고,
- 꿈과 현실을 섞고
- 인물과 인물의 정체를 뒤바꾸고
- 중간에 의미 모를 장면을 삽입
→ 관객이 “이게 무슨 의미지?” 하며 해석하도록 만듭니다.
- 이렇게 플롯을 꼬아서 영화의 주제(정체성, 욕망, 환상과 현실의 경계)를 경험하게 하는 게 그의 의도죠.
💡 결론
- 플롯은 단순히 “이야기의 순서”가 아니라, 감독이 관객에게 어떤 방식으로 이야기를 경험하게 할 것인지를 설계하는 연출 장치입니다.
- <원더>처럼 플롯을 단정하게 구성해 ‘감동과 따뜻함’을 바로 느끼게 할 수도 있고,
<멀홀랜드 드라이브>처럼 뒤섞어 ‘혼란과 사유’를 먼저 느끼게 할 수도 있죠.
💡 포인트
- 기존 이해
- 영화 속 사건을 설명하기 위해 등장하는 ‘과거 회상(플래시백)’이 곧 플롯이라고 생각.
- 예: 현재 사건 → 원인을 설명하는 과거 장면.
- <원더>에서의 깨달음
- 이 영화는 단순히 사건 원인을 설명하는 플래시백이 아니라,
여러 인물의 시점과 내면을 다루는 플롯 구조를 가지고 있음. - 즉, 플래시백은 ‘감독이 설계한 플롯 안에서’ 사용되는 기법일 뿐이고,
전체 구조는 다중 시점 + 시간 이동이 결합된 형태임.
- 이 영화는 단순히 사건 원인을 설명하는 플래시백이 아니라,
📽 <원더>의 플롯과 플래시백 관계
- 플롯(큰 설계):
- 어기 중심의 현재 시점 이야기를 기본축으로,
- 중간중간 다른 인물(비아, 미란다 등)의 시점으로 전환.
- 이때 과거 장면을 보여줘 현재 인물의 행동과 감정을 이해하게 함.
- 플래시백(기법):
- 이 시점 전환 안에서 과거 장면을 보여주는 ‘방법’
- 플롯이 정한 자리에서 ‘언제, 무엇을’ 보여줄지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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