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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중개사의 영화글쓰기

짦고 강렬한 완벽한 도미요리

by 쌍차쌍조 2025. 6.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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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도미 요리>(2008.나홍진)

<완벽한 도미 요리>는 나홍진 감독의 단편영화로 10분 가량의 작품입니다.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완벽한 요리에 집착하는 요리사의 이야기로 한 인간이 자신을 갈아 넣는 수행자처럼 그려진 영화입니다. 요리하는 장면들은 끔찍하지만 블랙코미디로 삶의 균형과 집중이 집착이 무엇이 다른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나홍진 감독은 2016년 37회 청룡영화상 감독상을 수상했으며 영화<추격자>를 연출하였습니다. 2025년 sf장르, 스릴러 영화인<호프>의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의 출연진은 황정민, 조인성등 입니다. 

 

https://youtu.be/nRhibCcCyVE?si=2Vzjh-aGTfSRAw9z

 

 

 

삶을 요리하다 - 완벽한 도미요리에 대하여 

요리 장면으로 시작하는 영화는 많지만, 완벽한 도미요리는 시각적 쾌감의 수단으로 소비하지 않습니다. 도마 위에 놓인 도미, 그 살결을 따라 흐르는 칼끝의 섬세한 움직임은 조리 행위를 넘어, 삶을 이루어 나가는 인간 존재의 은유로 작용합니다. 이 영화는 요리 영화의 외형을 띠고 있으나, 궁극적으로는 ‘요리하는 행위’를 통해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정적인 사유극에 가깝습니다. 주인공은 도미 한 마리를 손질하는 데 전신의 감각을 집중하며, 마치 자신의 삶을 조각내고 되살피듯 요리의 고요한 시간을 살아냅니다. 이를 통해 감독은 ‘삶을 요리한다’는 철학적 명제를 시각적으로 풀어냅니다.

연출은 절제되어 있으며, 화면 구도는 정물화처럼 정교하고 정적입니다. 특히 주방의 공기를 감각적으로 포착한 촬영은 요리라는 노동을 미학적으로 승화시키는 데 성공합니다. 사운드는 말없이 흐르며, 칼이 재료를 가르는 소리, 수증기의 이슬 맺힘, 접시에 담기는 음식의 소리 등이 인물의 감정선을 설명하는 언어처럼 기능합니다.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이 영화가 이야기보다는 행위와 시간의 흐름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주인공은 실수하는요리과정의 행위만을 보여줍니다. 완벽한 요리를 향한 요리사의 극단적인 집착을 그린 이 영화는 강박적인 몰입을 그려냈습니다. 

완벽한 도미요리는 음산한 분위기의 주방에서 시작됩니다. '완벽한 도미요리'를 주문 받고 몰두하기 시작한 요리사는 

설계를 하고 불에 손을 그을려 온도 체크를 하는 등 무지막지한 행위를 합니다. 그렇게 완성된 요리를 세팅하여 나가다가 엎어버리는 실수를 하고 다시 요리를 합니다. 요리하는 조리실은 마치 과학 실험실을 떠올리게 하는 도구들로 염도 측정을 합니다. 식재료를 컷팅하다가 손가락을 자르게 되는 사고를 당하면서까지 완성한 도미요리의 눈알을 빠지게 하는 실수에서는 눈을 질끈 감았습니다. 요리사가 완벽한 도미요리를 만들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면서 집착하는 과정이 그려집니다. 요리를 완성하고 실수하고 다시 요리하고 반복하는 장면을 점프컷 기법을 활용하여 시간이 빠르게 흘러감을 보여줍니다. 또한 빠른 비트의 사운드 역시 이 시간의 흐름을 느끼게 합니다. 

관객이 느끼는 시간은 짧지만 영화 속 시간은 청년에서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되어가는 긴 세월을 묘사합니다. 이는 완벽을 향한 요리사의 집착이 얼마나 광적이고 오랜 시간 지소되었는지를 시각적으로 강조합니다. 

감독의 작품의도는 재능 없는 장인이 열정만으로 완벽한 창작물을 만들 수 있는가라고 합니다. 요리사의 완벽에 대한 강박적인 집착과 그로 인한 시간의 흐름 그리고 결국 완벽을 맛보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하는 비극적인 결말을 통해 내러티브를 연결하고 있습니다.  

 

 

감각과 구조의 미학 ― 유기적 해석

완벽한 도미요리는 요리를 소재로 삼았지만, 미각의 유희나 감정의 드라마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습니다. 이 영화는 정제된 리듬과 통제된 공간 안에서, 인간의 행위가 어떻게 시간 속에 구조화되는지를 탐색하는 정적 사유의 영화입니다. 영화의 미장센과 유기적 구조를 통해 감독은 ‘삶을 다듬는 행위’의 의미를 전달합니다.

첫 장면에서 등장하는 도마 위의 도미, 그리고 그것을 손질하는 칼끝의 움직임은 단순한 요리 장면이 아닙니다. 이 장면은 영화 전반의 정조(情調)를 결정하는 시각적 선언입니다. 화면은 고정되고, 인물은 절제된 동작으로만 등장합니다. 조명의 방향과 재료의 질감, 도마 위에 펼쳐지는 물기와 고요한 공기까지도 영화의 언어로 기능합니다. 이는 요리를 넘어서 '존재의 무게'를 감각하게 만드는 일종의 시적 이미지라 할 수 있습니다.

영화의 미장센은 극도로 통제된 구성 안에서 움직입니다. 주방이라는 폐쇄된 공간은 외부 세계와의 단절을 전제로 하며, 조리도구, 재료, 불빛, 소리 하나까지도 세심하게 배치되어 있습니다. 인물의 감정은 말이 아닌 행위를 통해 드러나며, 침묵은 소통의 부재가 아니라 감각의 농축된 형태로 작용합니다. 이를 통해 영화는 내러티브 중심의 전개에서 벗어나, 시청각적 구조물로서의 영화적 감각을 극대화합니다.

완벽한 도미요리는 유기적으로 짜인 영화입니다. 각 장면은 독립적인 의미를 가지기보다는, 전체 서사와 정서의 흐름 속에서 기능합니다. 예를 들어, 도미 손질 장면은 요리의 묘사가 아니라, 주인공의 삶에 대한 태도와 세계를 대하는 윤리를 암시합니다. 그는 재료를 해체하고 정돈하는 행위를 반복함으로써, 영화 전체의 주제 ‘완벽이라는 환상과 그것을 향한 인간의 행위’를 드러내는 유기적 장치로 작동합니다.

영화는 인과관계가 중심인 사건 중심적 구조를 벗어나, 상태와 감각의 지속으로 존재의 층위를 드러냅니다. 화면은 사건을 설명하지 않으며, 오히려 감각의 층위 위에서 정체성과 삶의 질감을 탐색하게 합니다. 영화의 구조는 순차적이지 않고, 감정과 행위, 기억의 편린들이 미세하게 반복되며 반향을 만들어냅니다.

완벽한 도미요리는 요리라는 일상의 행위를 통해 삶을 감각적으로 조직하고 해석하는 영화입니다. 미장센은 인물의 내면을 시각화하는 감각적 언어이며, 각 장면은 전체적 주제와 정서의 리듬 속에서 조화를 이룹니다. 이 영화는 요리를 다룬 영화라기보다, 요리라는 행위를 통해 삶의 형태를 탐색하는 사유의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영화를 쓰는 방식: 리뷰, 평론, 에세이

영화에 대해 글을 쓴다는 것은 단순한 감상을 넘어, 자신만의 시선으로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의 표현입니다. 그러나 그 ‘글쓰기’에도 여러 갈래가 존재합니다. 가장 널리 알려진 형태는 영화 리뷰(review), 영화 평론(critique), 그리고 영화 에세이(essay)입니다. 이 세 가지는 각기 다른 목적과 어조, 독자층을 가지고 있으며, 글쓴이의 삶의 태도와도 깊게 연결됩니다.

먼저, 영화 리뷰는 정보를 전달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감독, 배우, 개봉일, 러닝타임, 장르, 줄거리 요약 등 기본적인 정보를 바탕으로, 영화를 볼지 말지를 판단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종종 ‘별점’이나 ‘한줄평’이 포함되며, 개인적인 감상은 간단히 덧붙여집니다. 블로그나 포털의 검색 유입을 고려한 실용적인 글쓰기 방식으로, 영화 소비자에게 유용한 가치를 제공합니다. 그러나 리뷰는 영화 그 자체의 의미를 깊이 파고들지는 않습니다.

반면, 영화 평론은 학문적 깊이와 분석적 시선을 전제로 합니다. 영화의 구조와 서사, 미장센과 촬영기법, 인물과 상징, 사회적 맥락과 철학적 메시지를 종합적으로 해석합니다. 감독의 연출 의도나 작품 세계 안의 사유를 논리적으로 분석하며, 때로는 인문학, 사회학, 정신분석, 영화미학 등의 이론적 틀을 바탕으로 쓰이기도 합니다. 학술지나 전문지에 실리는 글이 이 범주에 해당하며, 독자에게는 ‘생각할 거리’를 던지는 지적 탐색의 형식을 띱니다.

그리고 이 둘 사이에서, 혹은 그 너머에서 존재하는 것이 영화 에세이입니다. 영화 에세이는 줄거리나 미학적 해석보다는, “그 영화를 통해 나는 무엇을 보았는가”를 중심에 둡니다. 즉, 영화의 서사나 장면이 자신의 삶, 정서, 경험과 어떻게 맞닿았는지를 서술합니다. 영화는 하나의 거울이 되고, 글쓴이는 그 안에서 자신을 응시합니다. 따라서 영화 에세이는 정보나 분석이 아닌 공감과 나눔을 핵심으로 삼습니다.
삶을 살아낸 사람이기에 쓸 수 있는 문장이며, 영화보다 더 넓고 깊은 세계를 품게 되는 글쓰기입니다.

저희 블로그에서 지향하는 글쓰기 또한 바로 이 영화 에세이의 영역에 자리합니다. 그러나 단순한 감상이 아닌, 삶의 수행과 사유가 깃든 문장으로서의 영화 에세이를 지향합니다. 이를테면 완벽한 도미요리라는 작품을 바라보며 요리 장면의 정교함에 감탄하는 것을 넘어, 조리원으로 일했던 지난날의 노동과 고통, 몸의 기억, 그리고 그 너머의 책임과 사랑까지 함께 떠올립니다. 

이렇듯 우리의 영화 에세이는 감각적인 장면 묘사를 통해 영화를 환기시키고, 개인적인 체험을 빌려 영화를 확장하며, 철학적 사유를 통해 독자와의 깊은 연결을 시도합니다. 이는 평론의 분석력과 리뷰의 전달력 위에, 에세이의 감성을 입은 글쓰기라 할 수 있습니다.


리뷰가 영화를 ‘소개’하고,
평론이 영화를 ‘해석’한다면,
에세이는 영화를 ‘살아냅니다’.

그리고 우리 블로그는 이 ‘살아낸 영화’를 통해,
타인과 사랑으로 연결되기를 소망합니다.

 

글쓰기를 위한 영화 감상

 

도마 위에서 고요히 이어지는 칼질, 수증기 피어오르는 순간의 아름다움은, 이상화된 요리의 이미지였습니다. 영화는 블랙 코미디 장르로 완벽한 요리는 현실의 조리원으로서 일했던 시간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조리실은 안전이 최우선이지만 빠르게 움직여야합니다. 정갈하게 손질된 생선을 요리하기 위해선 쉴 틈 없이 움직이는 손과 어깨, 그리고 끊임없이 충돌하는 인간관계가 존재합니다. 칼끝만이 아니라 말끝도 예민한 공간에서, 동료들과의 갈등은 종종 감정보다는 생존의 리듬에 가까웠습니다. 누가 먼저 들어와 설거지를 시작했는지, 주방장의 명령을 누가 놓쳤는지, 한순간의 실수가 그날의 전체 분위기를 뒤흔들기도 했습니다. 그런 순간들은 조리라는 행위가 ‘노동’이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각인시켜 주었습니다. '요리'라는 행위는 기술이 아니라, 고된 육체와 복잡한 감정이 교차하는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생계를 위해, 어떤 이는 그 속의 질서와 고통을 견디면서 조리실이라는 일터에 들어섭니다. 완벽한 도미요리는 현실을 비켜 서 있지만, 현실보다 더 진실한 조리실의 무게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완벽한 도미요리는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방식 자체를 블랙 유머로 승화 한 작품입니다. 

감독은 어쩌면 주방의 생리를 잘 알고 영화를 만들지 않았나 생각했습니다. 제가 겪은 주방에서 일하는 분들은 대부분 완벽주의에 집착하는 사람들입니다. 도미요리사와 다를게 없는 사람들이고 그 중에 저도 한 사람이었습니다.

 

감독의 작품의도는 재능 없는 장인이 열정만으로 완벽한 창작물을 만들 수 있는가라고 합니다. 감독의 불안과 강박을 비춘 영화일 수도 있습니다. 영화글쓰기를 시작한지 석달이 되었습니다. 처음엔 단순히 영화를 감상하고 치유글쓰기를 배우던 글이 좀 더 객관적인 영화글쓰기로 성장했습니다. 나의 내면을 오랫동안 들여다보다가 그 속에 함몰되는 자아를 발견하게 되었으니 이는 성장의 변화라 할 수 있습니다. 영화 리뷰 글쓰기를 어떻게 쓸 것인가에서 출발한 글쓰기는 영화평론 수업을 듣고 조금 더 확장 되었습니다. 그래도 전문적인 영화이해가 부족한 저로서는 영화에세이를 써보기로 했습니다. 영화글쓰기를 하다보니 이 완벽주의는 영화에 관한 책을 찾게 하고 철학을 읽지 않으면 안되었습니다. 그러고 영화를 다시 감상하면 달라집니다. 이 영화만 해도 그렇습니다. 처음 수업시간에 이 영화를 보여주셨을때는 감독도 몰랐고 뭐 이런 영화가 있나 할 정도였으니 저야말로 완벽한 도미요리를 자처하고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영화를 감상을 위해 보는것과 글쓰기를 위한 감상은 큰 차이가 있습니다. 순수하게 즐거움을 위한 감상과 글쓰기를 위한 감상은 접근 방식과 중점을 두는 부분이 다릅니다. 영화 자체를 즐기기 위한 감상은 영화의 흐름에 따라 스토리와 캐릭터, 영상미, 음악 등 영화가 주는 전반적인 경험에 집중합니다. 감동, 재미, 스릴 등 영화가 선사하는 감정적인 부분에 충실하게 반응하며 몰입하는 것이 중요하게 되지요. 또한 영화를 보면서 떠오르는 생각이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분석적인 사고보다는 직관적인 느낌에 집중합니다. 

반면 글쓰기를 위한 감상은 분석적 작업하고, 해석해야 할 텍스트로 접근하는 방식입니다. 이는 영화를 깊이 읽는 과정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영화의 모든 요소를 의식적으로 관찰하고 분석하려 노력합니다. 스토리, 캐릭터, 연출, 미장센, 촬영 기법, 편집 음악, 사운드 디자인, 상징, 주제 등 다양한 구성 요소들이 어떻게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전체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지 파악하는 데 집중합니다. 영화가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무엇인지, 감독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연출했는지, 영화가 사회 문화적으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등 비판적인 시각으로 접근합니다. 이는 한 번의 감상으로는 모든 요소를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에 특정 장면이나 영화 전체를 여러 번 반복해서 감상하며 놓쳤던 부분을 찾아내고 더 깊이 이해하려고 노력합니다. 글의 중심이 될 키워드를 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영화으 주제 문단을 구성하는 것이 글쓰기의 시작이 됩니다. 

저는 전문적으로 글을 쓰는 단계는 아니고, 치유글쓰기에서 객관적으로 비판적인 사고를 향상하여 영화글쓰기를 쓰고 있습니다. 이는 처음부터 알고 시작한 건 아닙니다. 영화평론 글쓰기를 단순히 감상 글쓰기로 치유글쓰기처럼 내면을 거울처럼 비춰 감정이입을 통한 감상 수준에서 분석적인 글을 쓰기 위해서는 영화를 이해하는 이론이 필요하고 철학적이 사유가 반드시 필수 요건입니다. <완벽한 도미요리>는 나홍진 감독의 초기 작품으로 저의 영화글쓰기의 방향을 잡아줍니다. 영화글쓰기 첫 글이었고 다시 보면서 퇴고를 하고 있습니다. 석달의 변화가 보였습니다. 영화의 내러티브를 유기적으로 연결한다는 이론을 처음 배울때였고, 그것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모르면서 쓴 글이었습니다. 

단순한 감상자 수준이었고 영화를 있는 그대로 해석하여 주방에서의 일하던 순간들을 떠오르는 대로 썼습니다. 물론 에세이라는 장치를 두었지만 영화에 대한 이론서나 철학서를 읽으면서 영화가 다시 보였습니다. 안보이던 장면이 보였고, 음악이 들리고, 영화 속 숨은 장면과 장면의 연결을 느꼈습니다. 

공인중개사의 영화글쓰기는 이런 배움의 과정에서 독자들과 함께 더 풍성한 영화 감상을 나누고 싶은 공간으로 만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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