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제곱미터>(2025.김태준)은 부동산 대책에 공감할 만한 부동산 스릴러 영화가 넷플렉스에서 공개되었습니다. 영끌로 장만한 아파트 층간소음의 정체를 쫓는 심리적 연출이 돋보이며, 주인공은 점차 현실에 부딪치며 84제곱미터 꿈에서 깨어나기 시작합니다.
서울 아파트 단지 항공 뷰. 그 위로 뉴스 음성. 2021년 4월
"서울 아파트 값이 40주 연속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는데요. 끝없이 오르는 아파트값에 정부가 강력한 대출 규제를 예고하면서 지금이 영끌이라도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이 기회를 놓치면 평생 서울에 내 집 마련을 ..."
오프닝 시퀀스, 한 시간만에 일천만원이 올랐음에도 받아들이고 계약서에 도장을 찍습니다.
종이 울리네
꽃이 피네
새들의 노래 웃는 그 얼굴
그리워라 내 사랑아
내 곁을 떠나지마오
처음 만나고 사랑을 맺은
정다운 거리 마음의 거리
아름다운 서울에서
서울에서 살으렵니다.
패티 킴의 '서울의 찬가'는 1966년 서울시장 김현옥이 서울에 대한 희망적 메시지를 담은 노래를 요청해서 만들어졌습니다.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경제 성장기의 한국은 자본주의 발전의 궤도에 올라섰습니다. 이 시대의 한강은 강남이라는 물리적 공간을 가능케하는 정치적 구획선이자 문화적 경계로 기능하기 시작했습니다. 점차 한강 이남은 경제적 배타 구역으로 인식되며 강남은 심리적 상징이 되었습니다. 건설경기가 호황을 누리던 시절, 서울은 희망의 공간으로 그려졌고 이때 발표된 '서울의 찬가'는 시대 분위기를 대변하는 노래였습니다.
그로부터 20여 년이 흐른 2021년 4월은 1990년대처럼 건설업을 통한 경제부양기가 아니라, 오히려 부동산 규제가 강화되던 시기였습니다. 그럼에도 역설적으로 집값은 폭등이 멈출 줄 모르고 치솟았고, 영끌이라 불리는 패닉바잉 현상으로 내 집 마련의 열기를 부추겼습니다. 우성은 그 흐름에 올라탔지만 결국 내 집 마련의 부푼 꿈에서 깨어납니다.
디테일 감독 연출 스타일의 진화
김태준 감독은 <스마트폰을 떨어트렸을 뿐인데>를 데뷔작으로 소통을 연출했습니다. 이 작품은 장르적 긴장감과 외부 위협 중심이었다면, 이번 작품은 사회적 리얼리즘과 심리적 붕괴를 다루는 내면 연출이 돋보입니다. 특히 <84제곱미터>는 아파트 내부라는 밀폐된 공간에서 일어나는 심리적 공포와 현실 비판을 동시에 끌어낸 점이 넷플릭스 공개작으로서 더 효과적입니다.
🎬 1.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2023)
● 주제
- 디지털 기술로 인한 사생활 침해와 감시 사회의 불안
- 사소한 실수(스마트폰 분실)가 개인의 삶 전체를 위협하는 정보 노출의 공포
● 미장센
- 어두운 조명, 클로즈업된 스마트폰 화면, 블루 계열의 냉색 톤
- 좁은 공간(화장실, 방, 지하주차장)에서의 긴장 연출 → 밀폐된 공포감 강조
- 스마트폰 화면을 비추는 인물의 얼굴을 ‘반사’시켜 디지털 자아의 분열을 표현
● 모티브
- 개인의 정보가 곧 무기가 되는 시대
- 누군가의 시선에 의해 조작되고 감시받는 ‘데이터화된 자아’
- 일상 속에 침투한 감시자 없는 감시
● 플롯
- 우연한 스마트폰 분실 → 정체불명의 침입 → 정보 유출 → 삶의 붕괴
- 피해자인 줄 알았던 인물이 사실은 또 다른 연결고리였음을 드러내며 서스펜스 반전
- 마지막에 이 공포가 다음 피해자로 넘어가는 구조 (순환 서사)
🎬 2. 84제곱미터 (2025)
● 주제
- 주거 공간의 심리적 붕괴와 계층 불안에 대한 사회 풍자
- ‘내 집 마련’이 더 이상 해방이 아닌 통제와 환각의 장이 되는 현실
- 아파트라는 공간이 욕망과 공포가 중첩된 한국 자본주의의 은유
● 미장센
- 무채색 톤의 실내, 반복되는 복도와 닫힌 문, 낮은 천장
- 천장 너머로 들리는 소리, 진동, 그림자 → 불가시적 공포의 시각화
- 입주 당시 밝은 톤에서 점차 어두운 조명, 왜곡된 구도로 이동 → 현실 붕괴의 시각적 흐름
● 모티브
- ‘84제곱미터’라는 숫자의 환상: 국민 평형이라는 상징
- 층간소음: 실제 위협인가, 심리적 불안인가 → 경계 흐려짐
- 한강 이남, 강남 신화의 붕괴: 아파트가 곧 계급이라는 한국적 구조
● 플롯
- 우성의 영끌 내 집 마련 → 층간소음 발생 → 정체 불명의 존재 추적 → 현실 자각
- 공포의 실체가 무엇인지 끝까지 명확하지 않음 → 개인의 심리적 투사인지, 사회 구조의 은유인지 해석 열림
- 결말: 우성이 ‘살기 위해 계약했던 공간’이 결국 삶을 갉아먹는 구조였음을 인식하며 꿈에서 깨어남
주거 불안과 계급 구조
아파트의 층간 소음을 추격하면서 맨 꼭대기층의 입주자 대표와 마주하게 된다. GTX가 들어온다는 정보를 흘리며 위로금을 건네고 참으라고 하는 입주자대표를 우성은 믿게 됩니다. 부동산 시장 심리를 정확히 짚어낸 장면입니다.
불확실한 희망에 버티고 견디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층간소음의 정체가 우성이라는 의심을 받게 됩니다. 층간소음도 괴로운데 주민들의 의심까지 받게 된 우성은 아파트를 팔아 코인에 투자합니다. 815라는 숫자를 상징적으로 코인 매수와 매도시점, 수익률을 연출했습니다. 우성이 부동산에서 해방되는 날일 수도 있고 또 다른 굴레에 갇히는 날일 수도 있습니다. 감독은 숫자를 상징적 장면으로 끌어옴으로써 경제와 심리를 관통하는 메타포를 숨겨둡니다.
8월 15일 8시 15분에 청산이라는 긴박한 시간에 경찰서에 잡혀 온 우성은 코인 매도에 실패하는 장면은 블랙코미디의 정수를 보여줍니다. 클릭하려는 순간 코드가 뽑히고 기절하고 일어나는 우성에게 입주자대표가 나타납니다.
영화의 이야기는 정말 흥미롭고 풍자와 비극이 교차하는 블랙코미디의 진수를 보여줍니다. 서사 흐름은 복잡하지만 이 모든 요소가 우성이라는 인물의 심리적 궤적과 한국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상징적으로 끌어안고 있습니다.
요소 상징 및 의미
층간소음 | 보이지 않는 폭력, 계층 간 갈등, 심리적 불안 |
입주자대표 | 기득권과 권력의 상징 (전직 판사) |
GTX 정보 | 부동산 시장의 허상과 심리 조작 |
815 숫자 | 해방/순환/무위 → 경제적 해방인가, 또 다른 굴레인가 |
주식 청산 실패 | 타이밍을 놓치는 한국식 투자 구조의 아이러니 |
검사/기자 | 정의의 실패, 진실의 묵살 |
우성의 절규 | 모든 것을 감당한 개인의 무력한 외침 |
'공인중개사의 영화글쓰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생은 초콜릿 상자와 같은거야, 네가 무엇을 고를지 아무도 모른단다. <포레스트 검프> (1) | 2025.07.17 |
---|---|
부산을 위한 영화 교토에서 온 편지 (0) | 2025.07.16 |
수원화성 배경지 <원 안에 사람들> 영화의 우수성 (1) | 2025.07.09 |
수박을 혼자 짊어진 엄마와 둘이 나누어 든 딸 (1) | 2025.07.06 |
허리통증이 가져 온 일상의 기적 (0) | 2025.07.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