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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넷플릭스 영화 '대홍수' -

by 사붓이/savusi 2025. 1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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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멸망이라는 거대한 설정을 앞에 두고, 한 인물에게 ‘마지막 모성’이라는 상징적 역할을 부여합니다. 그러나 이 영화가 끝내 설득하지 못한 것은 재난의 규모가 아니라, 그 상징이 감정으로 전달되는 방식입니다. 이 리뷰는 이 영화가 무엇을 말하려 했는지보다, 왜 그것이 쉽게 와닿지 않았는지를 따라가 보려 합니다.

 

영화 정보

  • 제목: <대홍수>
  • 공개일: 2024년 12월 19일
  • 공개 플랫폼: 넷플릭스
  • 제작 국가: 대한민국
  • 장르: SF, 재난 드라마

대홍수 이후 인류가 멸망 단계에 접어든 세계를 배경으로 합니다. 영화는 현재의 재난을 극복하는 서사가 아니라, 인류가 끝내 무엇을 남길 것인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합니다. 아파트라는 제한된 공간과 홍수라는 재앙은 이야기의 중심이기보다는, 인물의 선택을 압박하는 조건으로 기능합니다. 재난의 외형을 갖추고 있지만, 서사는 점차 생존보다는 의미와 상징의 영역으로 이동합니다.

 

감독 정보

김병우 감독은 <더 테러 라이브>를 통해 제한된 공간 안에서 긴장감을 극대화하는 연출로 주목받았습니다. 이후 <PMC: 더 벙커>, <전지적 독자 시점>을 연출하며 장르적 스케일과 비주얼을 확장했지만, 서사적 완성도에 대한 평가는 엇갈려 왔습니다.

<대홍수> 역시 시각적 구현과 장르적 시도는 분명하지만, 이야기의 핵심을 감정적으로 설득하는 과정에서는 여전히 논쟁적인 선택을 보여줍니다. 이 작품은 김병우 감독의 장점과 한계가 동시에 드러나는 지점에 놓인 영화라 할 수 있습니다.

 

 

줄거리

대홍수로 인해 인류가 멸망 단계에 접어든 배경으로 한 SF 영화입니다. 보통의 재난 영화가 선택하는 직선적인 서사를 따르지 않습니다. 홍수라는 물리적 재난에서 출발하지만, 이야기는 점차 가상 현실과 우주적 차원으로 확장되며 인간의 생존을 넘어 존재와 계승의 문제로 이동합니다. 이는 관객에게 익숙한 장르적 쾌감을 제공하기보다는, 해석을 요구하는 방향으로 서사를 밀어붙이는 선택에 가깝습니다.

영화는 쉽게 이해될 수 있는 길을 택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현실적인 재난 상황을 출발점으로 삼으면서도, 기억과 의식, 또 다른 차원의 이미지들을 중첩시키며 다층적인 구조를 구축합니다. 단선적으로 흘러가지 않고, 관객이 하나의 의미로 정리하기 어려운 상태를 유지합니다.

이러한 설계는 분명 의도적인 선택으로 명확한 설명이나 감정의 직진 대신, 복잡하더라도 의미 있는 방향을 향하려 합니다. 현실과 비현실, 현재와 기억,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가 겹쳐지면서 예상 가능한 전개보다 더 많은 이미지를 드러내고자 합니다.

다만 이 다층적인 구조는 영화의 장점이자 동시에 진입 장벽으로 작용합니다. 서사가 확장될수록 감정의 축적보다는 개념과 이미지가 앞서게 되고, 관객은 몰입보다는 해석의 위치에 놓이게 됩니다. 영화가 보여주려는 세계는 분명 넓지만, 그 세계를 따라가는 과정은 쉽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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