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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꾸베씨의 행복여행 - 행복의 광활한 스펙트럼에 대하여

by 사붓이/savusi 2026. 1.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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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에서 말하는 건강한 자아는 고통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고통까지도 삶의 일부로 통합할 수 있는 넓은 품을 가진 상태를 의미합니다. 중국의 화려함, 아프리카의 공포, 티베트의 정적을 지나며 헥터가 수집한 18가지의 리스트는 하나의 결론으로 수렴됩니다. 행복은 정의 내리는 것이 아니라, 느껴보는 것이며, 그 범위에는 제한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꾸베씨의 행복여행> 기본 정보

  • 원제: Hector and the Search for Happiness
  • 제작 국가: 영국, 독일, 캐나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다국적 합작)
  • 제작 년도: 2014년
  • 개봉일:
    • (영국) 2014년 8월 15일
    • (한국) 2014년 11월 27일
  • 장르: 드라마, 모험, 코미디
  • 원작: 프랑스의 정신과 의사 '프랑수아 를로르'의 베스트셀러 소설 《꾸베 씨의 행복 여행》

주요 출연진 및 제작진

  • 감독: 피터 첼섬 
  • 주연 배우:
    • 사이먼 페그 (Simon Pegg): 주인공 헥터 역. (기존의 코믹한 이미지를 넘어 섬세한 감정 변화를 완벽하게 연기했습니다.)
    • 로자먼드 파이크 (Rosamund Pike): 헥터의 여자친구 클라라 역.
    • 토니 콜렛 (Toni Collette): 헥터의 첫사랑 아녜스(클라라) 역.
    • 장 르노 (Jean Reno): 아프리카에서 만난 마약 밀매상 디에고 역.
    • 크리스토퍼 플러머 (Christopher Plummer): 행복의 비밀을 연구하는 코어먼 교수 역.
    • 스테ellan 스카스가드 (Stellan Skarsgård): 상하이에서 만난 사업가 에드워드 역.

이 영화는 주연인 사이먼 페그의 필모그래피에서도 꽤 중요한 전환점이 되는 작품입니다. 평소 유머러스한 연기를 주로 하던 그가, 여행을 통해 점점 진지해지고 끝내 아이처럼 펑펑 우는 모습은  '내면아이와의 직면' 테마를 시각적으로 매우 잘 설명해 줍니다.

또한, 크리스토퍼 플러머가 연기한 코어먼 교수의 연구실 장면은 영화의 주제 의식인 '행복의 확장과 통합'이 과학적(뇌파)이고 철학적으로 응축된 지점이니, 이 부분의 장면을 눈여겨 보실것을 추천합니다. 

 

감독 정보 

인생의 마법 같은 찰나를 포착하는 연출가, 피터 첼섬

피터 첼섬은 영국 출신의 감독이자 작가로, 인간의 보편적인 감정을 따뜻하고 위트 있게 풀어내는 데 독보적인 재능을 가진 인물입니다. 그는 본격적으로 감독의 길을 걷기 전, 영국 왕실 로열 셰익스피어 컴퍼니에서 배우로 활동했던 이색적인 이력이 있습니다. 이러한 배경 덕분에 캐릭터의 미세한 심리 변화를 포착하고 배우들의 감정선을 끌어올리는 데 능숙합니다.

그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왜 그가 <꾸베씨의 행복여행>의 메가폰을 잡았는지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 주요 필모그래피:
    • <세렌디피티 (Serendipity, 2001)>: '뜻밖의 행운'을 주제로 한 로맨틱 코미디의 고전. 운명과 우연의 연결고리를 다루는 그의 감각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 <쉘 위 댄스 (Shall We Dance?, 2004)>: 리차드 기어 주연의 리메이크작으로, 무미건조한 일상에 '춤'이라는 생기를 불어넣는 과정을 따뜻하게 그렸습니다.
    • <꾸베씨의 행복여행 (2014)>: 그의 장기인 '여정'과 '성찰'이 집약된 영화입니다.

피터 첼섬 감독은 영화 <꾸베씨의 행복여행>을 연출하며 "행복은 부가적인 결과물이지 목적이 아니다"라는 철학을 시각적으로 구현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그는 헥터의 여행지를 각각의 독특한 색채와 분위기로 연출하여, 관객들로 하여금 "마치 관객 자신의 무의식을 여행하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합니다. 특히 현실적인 풍경 속에 환상적인 요소(꼬마 헥터의 등장이나 비행기 환상 등)를 자연스럽게 배치하는 그의 연출 방식은, '정신분석적 접근'과 매우 잘 어우러집니다.

 

 

 

헥터의 심리 지도 - 행복의 영토를 넓히는 여정

1단계: 발견 (영국 런던) - 박제된 일상과 억압된 아이

정신과 의사 헥터는 남부러울 것 없는 삶을 소유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일상은 강박적일 만큼 질서 정연하며, 환자들의 불행을 치료하면서도 정작 본인은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못합니다. 어느 날, 그는 자신은 정작 '행복'이 무엇인지 모른 채 행복을 처방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그렇게 자신의 내면에서 들려오는 희미한 신호를 따라, 모든 안락함을 뒤로하고 무작정 길을 떠납니다.

 

  • 배경: 헥터의 일상이 머무는 곳. 완벽하게 세팅된 아파트와 반복되는 진료실.
  • 심리 상태: 방어기제(Isolation of Affect). 환자들의 불행을 치료하지만 정작 본인은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상태입니다. "내 삶은 행복한가?"라는 근원적 질문을 피하기 위해 강박적인 규칙 속에 자신을 가둡니다.

 

 

2단계: 저항과 투사 (중국 상하이) - 소유가 주는 가짜 위안

첫 번째 목적지인 중국에서 헥터는 성공한 사업가 에드를 만납니다. 그곳에서 돈, 화려한 밤문화, 그리고 매혹적인 여인 '잉리'를 통해 '소유와 쾌락'이 주는 행복을 맛봅니다. 하지만 잉리의 진실을 알게 된 후 쾌락 뒤에 숨은 공허함을 느낍니다. 이는 아직 진정한 자아를 마주하기 전, 외부의 자극으로 결핍을 채우려 했던 에고의 저항 단계입니다.

 

  • 배경: 화려한 대도시 상하이와 정적인 산속 사원.
  • 심리 상태: 퇴행과 투사. 돈으로 살 수 있는 쾌락(잉리)과 세속적인 성공을 행복이라 착각하는 단계입니다. 하지만 사원에서 스님을 만나며 "행복은 미래가 아닌 현재에 있다"는 첫 번째 깨달음을 얻고,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기 시작합니다.

 

 

3단계: 직면과 생존 (아프리카) - 죽음 곁에서 피어난 생명력

아프리카로 건너간 헥터는 친구 마이클의 의료 봉사를 돕고, 마약 밀매상 디에고를 만나며 삶의 이면을 목격합니다. 여행 중 괴한에게 납치되어 죽음의 공포 앞에 선 순간, 헥터는 모든 페르소나가 벗겨진 발가벗은 자신과 마주합니다. 기적적으로 생환한 후 먹은 '고구마 스튜' 한 그릇과 사람들의 웃음소리를 통해, 그는 행복이 '특별한 성취'가 아닌 '살아있음 그 자체'라는 본능적이고 원초적인 기쁨을 직면합니다.

 

  • 배경: 광활한 자연, 가난한 마을, 그리고 생명을 위협받는 감옥.
  • 심리 상태: 직면(Confrontation). 죽음이라는 극단적인 공포 앞에서 가짜 행복(돈, 지위)이 모두 벗겨집니다. 고구마 스튜 한 그릇에 행복해하는 자신을 보며, 행복은 거창한 조건이 아니라 '살아있음' 그 자체라는 내면아이의 원초적 욕구를 만납니다.

 

 

4단계: 수용과 통합 (미국 LA) - 내면아이와의 눈물겨운 화해

여정의 종착지인 미국에서 헥터는 옛 연인 클라라를 만납니다. 과거의 환상에 머물러 있던 그는 비로소 현재의 그녀를 인정하며 과거를 놓아줍니다. 이후 코어먼 교수의 뇌파 실험에 참여한 헥터는 인생의 슬픔과 기쁨, 두려움을 한꺼번에 쏟아내며 폭풍 같은 눈물을 흘립니다.

그 순간, 헥터는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울고 있던 '어린 시절의 헥터'를 발견하고 따뜻하게 안아줍니다. 슬픔은 행복의 반대가 아니라, 행복을 구성하는 필수적인 조각임을 깨닫는 순간입니다.

 

  • 배경: 비행기 안 혹은 짧은 경유지들.
  • 심리 상태: 여행의 중간 점검. 아프리카에서의 강렬한 경험을 일기로 정리하며, 자신의 행복 리스트가 점점 '타인의 기준'에서 '나의 내면'으로 옮겨오고 있음을 자각합니다.

 

  • 배경: 옛 연인 클라라가 살고 있는 곳, 그리고 코어먼 교수의 심리학 연구소.
  • 심리 상태: 수용과 화해(Integration). 첫사랑 클라라(과거의 환상)와 작별하고, 뇌파 실험을 통해 자신의 모든 감정(슬픔, 분노, 기쁨)을 하나로 통합합니다. 여기서 울고 있는 **'어린 시절의 헥터'**를 따뜻하게 안아주며 여행의 마침표를 찍습니다.

 

 

 

5단계: 확장 (다시 런던) - 이제야 비로소 흐르는 감정들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헥터는 예전과 같은 진료실에 앉아 있습니다. 하지만 그는 더 이상 차가운 분석가가 아닙니다. 이제 그는 환자의 고통에 진심으로 귀를 기울이고, 자신의 여자친구와 온전한 사랑을 나눕니다. 행복을 소유하려 했던 좁은 마음이 인생의 모든 파동을 수용하는 넓은 바다가 되었을 때, 헥터의 진짜 인생은 비로소 시작됩니다.

 

  • 배경: 다시 돌아온 진료실과 집.
  • 심리 상태: 자기실현(Self-actualization). 풍경은 그대로지만 헥터는 변했습니다. 이제 그는 환자의 말을 '분석'하는 대신 진심으로 '경청'하며, 자신과 타인의 행복을 동시에 보살필 줄 아는 진짜 어른이 됩니다.

 

 

행복을 소유하려는 당신에게: 꾸베 씨가 건네는 심리적 처방전

우리는 흔히 행복을 '언젠가 손에 넣어야 할 전리품'처럼 취급하곤 합니다. 좋은 직장, 완벽한 배우자, 통장의 잔고처럼 눈에 보이는 숫자로 행복을 규정하고, 그것을 소유하는 순간 비로소 내 삶이 완성될 것이라 믿으며 스스로를 채찍질합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행복을 소유의 목적으로 삼는 순간, 우리는 현재의 나로부터 가장 멀어지게 됩니다.

<꾸베씨의 행복여행>의 주인공 헥터 역시 우리와 닮아 있었습니다. 런던의 유능한 정신과 의사로서 남부러울 것 없는 일상을 소유했지만, 그의 내면은 메말라 있었죠. 타인의 불행을 고쳐주면서도 정작 자신의 마음속에서 울고 있는 아이의 목소리는 듣지 못했던 헥터. 그는 결국 '행복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소유했던 모든 안락함을 뒤로하고 길을 떠납니다.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는 "사랑하고 일하라, 일하고 사랑하라. 그것이 전부다"라고 말했습니다. 헥터의 여행은 결국 이 단순한 진리를 찾아가는 과정이자, 억압해두었던 '내면아이'를 발견하고 직면하며 끝내 화해에 이르는 심리적 분투기이기도 합니다.

중국의 화려한 밤거리부터 아프리카의 서늘한 감옥, 그리고 과거의 기억이 머무는 미국에 이르기까지. 헥터가 발을 딛는 나라들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닙니다. 그것은 겹겹이 쌓인 방어기제를 하나씩 벗겨내고 자기(Self)의 본질로 다가가는 마음의 층위들입니다.

행복을 소유가 아니라, 내 안의 상처받은 아이를 '안아주는 것'에서 시작되는 그 놀라운 여정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자, 이제 우리도 헥터처럼 마음의 가방을 싸볼까요?

헥터의 행복 리스트 18가지 (시퀀스 순서)

[중국행 비행기와 상하이에서의 깨달음]

  1. 남과 비교하는 것은 행복을 망치는 일이다. (Making comparisons can spoil your happiness.)
  2. 많은 사람은 돈이나 지위를 갖는 것이 행복이라 믿는다. (A lot of people think happiness is being rich or important.)
  3. 많은 사람은 행복이 오직 미래에만 있다고 생각한다. (Many people see happiness only in their future.)
  4. 행복은 동시에 두 명의 여자를 사랑할 수 있는 자유일지도 모른다. (Happiness could be the freedom to love more than one woman at the same time.) - 상하이 클럽에서의 혼란스러운 감정
  5. 때론 진실을 모르는 것이 행복일 수도 있다. (Sometimes happiness is not knowing the whole story.) - '잉리'의 정체를 알게 된 후

[아프리카로의 여정: 생존과 본질]

6. 불행해지는 것을 피하는 것이 행복의 길은 아니다. (Avoiding unhappiness is not the road to happiness.)

7. 함께 있는 사람이 나를 끌어올려 주는가, 끌어내리는가? (Does the person you're with bring you higher or lower?)

8. 행복은 자신의 소명을 따르는 것이다. (Happiness is answering your calling.) - 친구 마이클의 의료 봉사를 보며

9. 행복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사랑받는 것이다. (Happiness is being loved for who you are.) - 노부인과의 대화

10. 고구마 스튜! (Sweet Potato Stew!) - 결핍 속에서 느낀 원초적 만족

 

[죽음의 공포와 탈출]

11. 두려움은 행복을 가로막는 장애물이다. (Fear is an impediment to happiness.) - 납치와 감금의 공포

12. 행복은 살아있음을 온전히 느끼는 것이다. (Happiness is feeling completely alive.) - 생환의 기쁨

13. 행복은 축하해 줄 줄 아는 것이다. (Happiness is knowing how to celebrate.)

 

[미국으로의 여행: 과거와의 작별]

14. 사랑은 귀를 기울여주는 것이다. (Listening is loving.)

15. 향수는 지나간 시간에 대한 미련이다. (Nostalgia is not what it used to be.) - 첫사랑 클라라와의 재회 준비

16. 슬픔은 행복의 반대말이 아니라, 행복의 일부분이다. (Happiness is not just the absence of sadness.) - 코어먼 교수의 뇌파 실험

17. 행복은 사랑하는 사람의 행복을 바라는 것이다. (Happiness is being concerned about the happiness of those we love.) 18. 모든 감정이 연결되어 있을 때 진정한 행복이 온다. (Happiness is the harmony between all our emotions.)

 

 

원작자 프랑수아 를로르: "정신과 의사로서의 한계가 시작이었다"

원작자인 프랑수아 를로르(François Lelord)는 실제로 프랑스의 저명한 정신과 의사입니다. 그는 인터뷰에서 소설을 쓰게 된 아주 현실적인 계기를 밝힌 적이 있습니다.

  • 계기: 그는 매일같이 우울증과 불만족을 호소하는 환자들을 만났지만, 현대 의학이 제공하는 '약물'과 '상담 기법'만으로는 그들의 근원적인 불행을 해결해 줄 수 없다는 무력감에 빠졌습니다.
  • 실제 여행: 를로르 본인도 주인공 헥터처럼 모든 것을 내려놓고 1년 동안 세계 여행을 떠났습니다. 그는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당신은 무엇이 당신을 행복하게 하나요?"라는 질문을 던졌고, 그 생생한 답변들이 소설 속 18가지 리스트의 토대가 되었습니다.
  • 작가의 말: "행복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경험'하는 것이다. 정신과 의사는 병을 고치지만, 행복은 자기 자신이 발견해야 하는 영역이다."

피터 첼섬 감독: "행복은 슬픔이라는 배경이 있어야 보인다"

피터 첼섬 감독은 영화의 클라이맥스인 '뇌파 실험 장면'에 가장 큰 공을 들였습니다. 그는 인터뷰를 통해 이 영화가 단순한 '긍정주의'를 전파하는 영화가 아님을 강조했습니다.

  • 감정의 통합: 감독은 헥터가 뇌파 측정 중 슬픔, 공포, 기쁨을 한꺼번에 느끼며 그래프가 요동치는 장면을 영화의 핵심으로 꼽았습니다. 그는 "모든 감정이 조화롭게 섞일 때(The mix of all emotions) 비로소 우리는 살아있음을 느낀다"고 말했습니다.
  • 내면아이 연출: 감독은 헥터의 환상 속에 어린 시절의 헥터가 자주 등장하는 이유에 대해, "우리는 모두 몸만 커버린 아이들이다. 과거의 상처 입은 아이를 돌보지 않고서는 현재의 행복을 온전히 누릴 수 없다"는 연출 의도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 인터뷰 핵심: "행복은 목적지가 아니라, 그 목적지로 가는 과정에서 우리가 느끼는 모든 감정의 총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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